“뽑을려고 해도 뽑을수가 없는데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이달부터 시행예정인 간호관리료차등제와 관련, 대다수 중소병원들이 필요한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모습이다.
8일 병원계에 따르면 이들 병원들은 정부가 대학병원으로 간호사들이 몰리고 있는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제도를 시행하면서 중소형병원들이 속수무책으로 수가가 인하될 판국에 놓여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수원에 위치한 S병원 원장은 “두달 전부터 간호사 모집을 위해 수차례 공고를 내걸었지만 지원자가 2명에 불과했다”며 “지원자 2명도 급여조건이나 근무환경을 묻고는 돌아가 버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간호관리료차등제는 둘째치고라도 간호사 인력을 확충해야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데 간호사들이 대학병원 수준에 눈이 맞춰져 있어 정말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위한 등급 재산정 신청서류를 접수받은 결과 마감시한 안에 서류를 제출한 의료기관은 총 537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전체 의료기관의 2%에 해당하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26.8%에 불과하다.
병원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결국 간호사를 구하지 못한 중소형병원들이 등급신청을 아예 포기한 수치라는 것이다.
중소병원계의 불만도 이와 같다. 대학병원으로 간호사 인력이 쏠리면서 중소형병원들이 간호사를 구하기 힘들어진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는 것.
실제로 메디칼타임즈의 취재결과 간호사 인력수급의 양극화는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1년에 2번에 불과한 대학병원의 공개채용에는 수십대 일의 경쟁률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지방에 위치한 병원이나 중소형병원들은 수시채용형태로 상시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를 찾기 힘든 상황.
근무환경과 보수가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S대병원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공개채용에서 10:1의 경쟁률을 넘어섰으며 K대병원의 경우 30: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형병원의 경우 간호인력 부족에 시달리며 간호관리료차등제에 의해 수가 인하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중소병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 간호인력 수급에 대한 대책은 마련하지도 않은 채 무리하게 차등제를 도입한다면 중소형병원들의 경영난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방에서 300병상급의 중형병원을 운영중인 한 원장은 “대다수 중소형병원들과 지방에 위치한 병원들이 간호사 인력을 구하지 못해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를 타계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이런 현실을 눈감은 채 간호등급제를 시행시켜 중소형병원들의 입원료 수가를 떨어뜨리면 그 후유증은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며 “국내에 어지간한 중소형병원들은 간호료차등제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도, 여력도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