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암 전문 의료기관인 MD 앤더슨센터의 인천 청라지구 진출설은 장사꾼에 의한 언론플레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라지구 사업자 선정에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토지공사를 비롯한 관련 부처의 안일한 태도가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오후 서울대와 KAIST 주최로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BIT Port 사업 최종보고회’에 참석자들은 “의료인력과 장비 모두 세계 어느 곳에도 뒤지지 않은 한국에 MD 앤더슨센터가 무엇 때문에 들어오겠느냐”며 입장표시를 유보한 토지공사를 거세게 다그쳤다.
앞서 서울대와 카이스트는 사업설명회에서 △20만평의 부지에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총 1조7000억원 투입 △세계 최대의 Mobile Life Care 건설 목표 △신기술과 신제품 개발 및 고급인력 배출 △머크, 화이자 등 외국 유수기업과 중국, 인도 등 유수대학과의 협력 △서울대병원 중심의 연구중심 국제병원 육성 등을 골자로 한 세부계획안을 발표했다.
설명회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한국토지공사 강재욱 처장은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발표한 사업내용은 한국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며 “다만, 양 대학의 사업계획이 1년 전쯤 구체화 됐다면 더 이상 바랄 부분이 없는 좋은 작품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카이스트 정순홍 교육부총장은 “토지공사에서 말한 1년이라는 기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고 언급하자, 토지공사 강재욱 처장은 “이 자리는 많은 사람이 참여한 공식적인 자리인 만큼 구체적 내용은 차후 말씀드리겠다”며 물음을 회피했다.
분위기가 격앙되자 인천자유구역청 이환균 청장은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진출한 예정인 청라지구는 본래 ‘유니버셜 스튜디오’ 자리였으나 미국측의 까다로운 조건 제시로 부지가 비어 있었다”며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와 카이스트가 사업계획을 전달했고 이러한 가운데 MD 앤더슨측이 토지를 달라는 의사전달이 잘못돼 토지공사가 혼란스러운 같다”고 답변해 토지공사의 난처한 입장을 감쌌다
이 청장은 그러나 “외국병원 진출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를 감안해 해외병원을 1개로 제한할 것과 예외규정으로 특수병원의 진출 가능성을 묻는 인천경제청의 질의에 재경부와 복지부 등 관련부처가 아직도 답을 못주고 있다”고 말하고 “이는 곧, 손님은 오는데 상점 주인이 팔 상품을 정하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라며 청라지구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서울대 BIT Port 사업추진단 박재갑 자문위원(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과거 국립암센터 원장시절 MD 앤더슨측이 암센터를 시찰하고 한국 의료진과 장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며 “설사, 앤더슨센터가 들어온다 치더라도 회계장부 관리자만 데려올 뿐 의료진은 고비용으로 한국의사를 고용해 국내 의료계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재갑 위원은 특히 “오늘 중요한 사업을 논하는 자리에 한국을 대표하는 양 대학 총장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와 교육부, 재경부 등 관련부처가 참석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앤더슨을 이용한 장사꾼들의 언론플레이에 토지공사와 정부 부처가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비판에 양측 대학 총장과 관계자들은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영하는 분위기였으나 언론플레이에 놀림을 당한 토지공사측은 더 이상의 답변을 피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회의장에서 만난 서울대병원 모 교수는 “MD 앤더슨측에 확인한 결과, 총장이나 학장은 들은 사실이 없다며 한국 진출을 부인했다”고 전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지공사가 청라지구에 대한 입장정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처사”라며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토지공사의 구태를 질타했다.
한편, 이날 설명회에는 서울대 이장무 총장, 이명철 추진단장, 왕규창 의대학장, 서울대병원 임정기 진료부원장, 성명훈 기획조정실장 및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한순흥 추진단장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이환균 청장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