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의료원장 지훈상)이 동문과 유관기관 중심의 기부금 모금에서 탈피, 개인과 기업체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연세의료원 발전기금사무국장인 김원호(소화기내과·사진) 교수는 12일 “개인적으로 3~4년 후에는 연간 기부금 모금액을 300억원까지 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연세의료원은 연간 100억원 가량의 순수 기부금을 기탁 받고 있는데 앞으로 3배 이상 늘리겠다는 것이다.
순수 소액기부자를 10만명까지 꾸준히 늘리고, 재력가와 기업체 기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0일 연세의료원의 ‘감사와 나눔을 위한 초청의 밤’ 행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부금 모금행사를 겸해 처음 시도했던 것이지만 600명 이상의 환자와 일반인, 동문 등이 참석해 우리나라 대학병원도 미국처럼 거액의 기부금을 조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그는 이제 대학병원이 기부금을 확충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김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재정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비를 적게 쓰는 게 좋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의료기관 상호경쟁도 치열하다”면서 “이로 인해 병원은 진료수입으로 운영비를 맞출 수는 있지만 시설과 교육, 연구에 투자하기에는 재원이 턱없이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의료 인프라와 교육, 연구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하다보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한 재원은 기부금을 확충해 해결해야 하며, 사회 구성원들도 공익적 관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는 “연세의료원이 세브란스 새병원 수준으로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는 매년 3백억원 이상을 연구와 인프라 등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이 재원을 확보해야 발전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면 퇴보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코넬의대는 연간 2000억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받고 있다”면서 “이 정도 재원을 만들지 못하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에 지역 시장까지 나서 사력을 다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병원들도 동문이나 유관기관에 의존하는 기부금 모금방식에서 탈피해야 하며, 사회적 기부금을 지금보다 100배 이상 확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단언했다.
연세의료원은 세브란스 새병원을 건립할 때 7천여명이 기부금 모금에 동참했고, 이번 ‘감사와 나눔을 위한 초청의 밤’ 행사에도 예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참석인원을 줄이느라 애를 먹을 정도로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보다 공격적이고 전략적으로 기부금 조성에 들어간다면 연세의료원 못지 않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국민의 99%는 병원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지만 나머지 1%는 기부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다. 이들 1%를 위한 메뉴를 개발해야 하며, 다른 대학병원도 가야 할 길”이라며 “원한다면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금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병원의 인식 전환과 내부고객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연세의료원의 기부금 총괄 창구가 ‘발전기금사무국’이지만 코넬의대의 경우 ‘개발부’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단적인 예로 들었다. 미국은 기부금을 받는 게 아니라 ‘개발’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미국의 의료원장과 병원장, 학장들은 업무 시간의 50% 이상을 기부금을 모금하는데 할애한다”면서 “우리도 경쟁력을 배가하기 위해서는 기부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기부금을 늘리는 것은 단지 전술로 되는 게 아니라 진료와 연구, 교육 등 주어진 책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의료진과 직원 등 내부고객의 열의와 하나된 힘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