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맹장염을 급성 골반염으로 진단해 결국 복막염으로 환자의 장을 절제하게 만든 의사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이 내려졌다.
부산지방법원은 최근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내원한 환자를 급성 골반염으로 의심하고 항생제 처방만을 지속해 결국 복막염을 일으킨 의사가 환자의 특이성 등이 있었기에 손해배상책임은 억울하다며 제기한 항소심에서 의사의 주장을 기각하고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의사는 환자에게 의심되는 증상외에도 타 질환을 의심해야 하며 확진을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검사를 실시해야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의사가 환자를 급성 골반염으로 섣불리 확진해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 것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비록 의사가 주장하는 대로 환자가 젊은 여성이며 충수돌기의 위치가 비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해 급성 충수돌기염과 급성 골반염을 나타내는 신체적 수치가 유사하게 나타났더라도 젊은 여성환자의 경우 이같은 유사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필요한 모든 검사를 진행했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충수돌기염의 경우 적절한 검사와 진찰이 이뤄진다면 100% 확진이 가능하며 해당 병원의 내과에서도 환자에게 항생제 치료를 시작한 후 증상의 호전이 없다면 복부전산단층촬영을 할 것을 피고 의사에게 권유한 바 있다"며 "하지만 피고 의사는 환자가 내원한 지 10일이 지나도록 이같은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의사측은 "비록 진단에 있어 실수는 있었지만 충수돌기염의 치료에도 항생제가 투여되는 만큼 치료법에 있어서 실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급성 골반염의 경우 항생제 등 내과적 처치를 하는 반면 급성 충수돌기염이나 복막염의 경우 수술적 처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의사협회 등의 자문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비록 항생제 처방이 급성 충수돌기염 등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외과적 수술이 필요한 급성 충수돌기염을 의심조차 하지 못한 채 10여일 동안 항생제 처방을 지속한 것은 명백한 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의사는 환자의 특이성과 치료법에 대한 타당성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책임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펴고 있으나 사건의 인과관계를 볼때 의사의 과실은 1심과 차이가 없다"며 "이에 따라 의사는 책임의 80%를 인정한 1심의 판결대로 총 2800만원의 손해배상금액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한편 환자 A씨는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병원에 입원했으나 의사가 이를 급성 골반염으로 진단해 항생제 처방을 지속했으며 이에 복막염으로 병이 확대돼 결국 장을 절제하는 상황에 이르자 의사의 진단 오류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를 거둔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