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을 떠들석하게 했던 '의사협회 대국회 불법로비 파문'이 제기된 지 어느덧 20여일이 지났지만, 국회와 의료계에는 여전히 이로 인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불법로비 파문은 장동익 전 회장 등을 상대로 한 본격적인 검찰조사가 진행되면서, 일단락된 상태. 사건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도 자연히 멀어지고 있지만 국회와 의협 곳곳에는 여전히 그때의 상흔이 남아 있다.
이번 사건은 일단 의협의 도덕성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사건이 연일 각 언론사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의협은 '불법 로비집단'이라는 멍에를 짎어지게 됐고, 국민들은 물론 의사회원들로부터 호된 비난과 질책을 받았다.
로비파문으로 수장을 잃은 의협은 사건 직후 김성덕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 회무정상화와 신뢰회복에 나섰지만 돌아선 회원들의 민심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
최근 만성질환자 초재진료 환수문제, 8월부터 시행될 경증환자 정률제 등 쏟아져나오고 있는 굵직굵직한 현안들에 대한 의협의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여기에 새 수장자리를 놓고 보궐선거 열풍까지 몰아칠 조짐이어서, 의협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완전히 수습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지켜보는 의사회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시 의사회 한 관계자는 "로비 파문은 의료계에 너무 큰 상처를 남겼다"고 평했다. 그는 특히 "의료법에 대한 국회심의가 곧 시작된다는데, 잘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산적한 과제들을 생각하면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복지위, FTA 청문회 등 현안처리 지연...의료법도 부담
로비파문의 후폭풍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국회도 마찬가지다. 특히 녹취록에 언급됐던 복지위원들은 사건이후 대외활동을 상당부분 자제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의료계를 둘러싼 각종 현안처리에도 영향을 주어 실제 복지위가 5월초 개최키로 했던 FTA 청문회 등이 현재까지 유보되고 있는 상태다.
복지위 관계자는 "굳이 나서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며 "사건 이후 의료계와 관련된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에 미루어볼 때 정부가 제안한 의료법 전부개정안에 대한 국회심의도 예상보다 어려워 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안의 민감성과 함께 부담감도 높아졌기 때문. 특히 간호진단, 유사의료행위 별도 법 제정 등 그간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던 문제들이 국회내에서 어느 정도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복지위 관계자는 "일단 공이 국회로 넘어온 만큼 원칙을 가지고 처리해 나가겠다"면서도 "의료법은 개정안 자체도 상당한 논란을 일으켜온 데다 로비파문까지 맞물리면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