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의사의 실습용이 되길 원치 않는 환자, 의사를 열 받게 하는 환자, 자신의 질병 정보에 관한 인쇄물을 가져오는 환자, 예기치 못한 결과와 과실 등에 직면했을 때 의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김세규(호흡기내과), 조우현(예방의학교실) 교수가 미국의 Frederic W. Platt, Geoffrey H. Gordon 교수가 지은 ‘설명 잘하는 의사 되기(아카데미아 출판사)’를 최근 번역 출간했다.
옮긴이들은 책 서문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의대에서 환자와의 의사소통에 대해 체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며, 의료진들은 주로 선배들의 진료행태를 관찰하거나 자신의 경험에 의존한다”면서 “그 결과 어떻게 소통하는 게 좋을지 고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의사들이 진료를 하면서 겪게 되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나열하면서 그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면담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가령 수련의인 자신의 실력을 믿지 못하거나 수련의사의 실습용이 되길 원치 않는 환자를 만날 때에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은 환자와의 면담과정에서 우선 환자나 가족의 불신에 대해 기꺼이 토론하고, 불신을 받는 것에 분노하거나 고통스러운 감정을 억눌러야 하며, 의사를 좀 더 신뢰하는데 무엇이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직접 물어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와 달리 환자가 의사를 믿지 못하는 것이 정말로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해 방어적으로 되거나,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환자의 인생과 관심, 가치관과 사고를 더 많이 알지 못하는 것을 자주하는 실수로 꼽았다.
환자들은 인터넷을 이용해 자신의 병명과 치료방법을 파악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고 있지만 막상 좋은 정보인지, 아닌지를 구분하지 못한 채 아는 척을 하고, 이 때문에 의사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에 대해 “정보를 가져오고 그것에 의문을 가지는 것을 인정하고 칭찬하라. 그러면 환자는 더욱 박식한 능동적인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책은 스스로 정보를 찾으려는 환자의 노력을 모욕하거나 의사의 권위에 대해 논쟁하는 것, 의사 본래의 업무인 주의 깊은 진단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환자가 가져온 새로운 정보에 접근하는 행동을 의사들이 자주하는 실수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이 책은 ‘예기치 못한 결과와 과실 드러내기’ 편에서 “검사 동의서를 포함해 결정을 내릴 때에는 환자와 함께 확인하고, 의사는 치료나 검사를 시작하기 전에 환자나 가족의 걱정과 질문을 이끌어낼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저자들은 “(의료과실이 일어나면) 무엇을 털어놓을지 생각하고, ‘내가 이 환자라면 또는 그의 가족이라면 무엇이 알고 싶을까’ 라고 자문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