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5000만원 진료비 환수건 결심공판으로 관심을 모은 재판이 주심판사의 갑작스런 해외연수로 연기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임의비급여의 제도적 한계와 병원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어 판결여부에 따라 큰 폭의 제도변화가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2행정부(부장판사 정종관)는 31일 오전 10시 원고인 서울대병원과 피고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변호사에게 “판결문을 작성하는 주심판사가 7월 해외연수로 오늘 결심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정종관 부장판사는 “해외연수로 주심판사의 교체가 예상되는 만큼 오늘 결심공판을 한다해도 판결은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양측 변호인의 의견을 수렴해 7월 5일 결심일정을 확정해 판결은 8월 중순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측 주심변호를 담당하는 이정선 변호사(법률사무소 해울)는 재판 후 가진 메디칼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요양병원을 규정한 현 진료제도에서는 이번 사건에 승소를 기대할 수 없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재판부가 임의비급여에 따른 제도적 한계로 인해 서울대병원 등 전국 병원계가 고민하는 의료현장의 어려움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임의비급여에 대한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정선 변호사는 “재판부가 환자의 항목별 진료비 제출을 요구한 부분도 임의비급여를 세분화시켜 판단하겠다는 의중을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예상치 못한 주심판사의 해외연수로 결심이 미뤄졌으나 모든 자료제출을 받아주겠다는 견해를 피력한 만큼 최후 판결까지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담당의사인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성명훈 교수는 지난 3월 공판에 참석해 “심평원이 제시하는 단순한 법 논리로 주 쟁점을 회피하는 것은 진료를 회피해 환자를 죽이는 셈”이라고 말하고 “정부가 이같은 형식논리를 지속한다면 유사환자에 대한 치료를 더 이상 할 수 없다”며 제도에 기반을 둔 심평원의 편향된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변호사는 “서울대병원이 제출한 자료의 핵심은 사망한 환자의 시술에는 의학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보호자와의 동의하게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켰고 보호자도 병실에서는 아무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변호사는 “재판부가 5000만원 환수를 얼마만큼 인정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임의비급여를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핵심”이라고 전하고 “아직 예단하기는 이르나 재판부가 이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는 8월 판결에 따라 진료제도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임의비급여 인정에 대한 낙관론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한편, 이날 서울행정법원에는 백혈병 사태로 재판을 준비중인 성모병원 실무진이 참석해 임의비급여 재판인 서울대병원 진료비 환수 판결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