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심사평가를 총괄하는 심평원 수장이 우선순위에 근거한 보험예산 집행을 위해 근거중심 연구를 의학계에 강력히 주문했다.
심사평가원 김창엽 원장(사진)은 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통증학회 춘계학술대회 특강을 통해 “한정된 파이인 건강보험 급여는 앞으로 진료의 가치에 근거해 보상을 대폭 줄이거나 없애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김창엽 원장은 ‘건강보험급여의 최신경향’ 주제발표에서 “급여의 과제는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있어 시설과 인력, 장비 등 자원의 적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10~15년 후 인공눈이 개발된다면 1000~2000만원에 해당되는 시술비를 건보에서 적용안 할 수 없으나 재정적으로 어떻게 부담해야 할지 상상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창엽 원장은 “건강보험 지출비용은 최근 15% 이상 급증하고 있어 다른 사회적 거시지표를 훨씬 능가하는 추세”라고 전하고 “비용지출의 불균형속에서 자원배분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 심평원으로서는 가치문제를 중심으로 우선순위를 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의료계 영역간 제기되는 불만의 목소리에 대한 심평원의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특히 “각 학회별로 지원강화를 위해 복지부와 심평원에 건의서를 많이 작성하고 있으나 이중 기피해야 할 문구는 ‘획기적인 지원’이라는 말”이라며 “모든 부처에서도 직역별, 분야별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획기적인 건보 지원이 필요하다’는 문구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해 실질적인 근거에 기반을 둔 의견제출을 주문했다.
김창엽 원장은 이어 “재원의 가치는 근거중심 의학과 수급형 지불비용 등 실용성과 경제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하고 “근거의 정의를 단순히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게재됐다고 해서 적용시키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문헌고찰을 통해 연구의 결론을 내릴 때 가능하다”며 일회성 연구가 아닌 경제성에 기인한 지속적 연구를 건보 적용에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가감지급제 시범사업 1~2% 가감으로 간다"
일례로, 김 원장은 “올해 후반기 3차 기관에 실시될 요양급여 비용 가감지급도 산부인과와 내과 등 2개 분야에서 질 향상을 통해 인센티브 성격을 적용할 방침”이라며 “의료계에서는 10% 인하로 우려하고 있으나 시범사업에서는 1~2% 가감으로 가고 5년 후쯤 모든 의료기관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창엽 원장은 “건강보험은 자원의 제약과 사회가치 체계, 정치적 성격을 지닌 사회시스템으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하고 “단적인 예로 가치가 적거나 네거티브인 병원 감염 문제는 5~10년 후 보상이 없어지거나 처벌조항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심평원 정책기조가 근거중심에 의한 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내비쳤다.
끝으로 김창엽 원장은 “대부분 학회들이 학술활동 강화를 외치고 있으나 근거중심의 질 향상 연구에 주력해야 제도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의학회가 근거를 만들어 진료 질 제고에 노력한다면 심평원의 고민인 자원배정의 딜레마도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단편적인 학술활동이 아닌 진료비용 효과에 기반을 둔 질 향상 연구를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