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위원회가 7일 외래환자 본인부담 정률제 전환을 골자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의협 측은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며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의협 김시욱 대변인은 "예정대로 정률제가 8월1일부터 시행되면 의원 외래환자가 크게 감소하고 일부 과목의 경영난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
규개위가 원안대로 동의한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은 진료비가 1만5천원 이하인 경우 3천원을 부담하고 그 이상인 경우 30%를 내지만 , 8월1일부터는 65세 이상 노인과 별도로 정한 환자를 제외한 모든 환자가 진료비의 30%를 본인 부담해야 한다.
의협은 앞서 복지부와의 협의에서 외래진료비가 1만2000원미만이면 3000원, 1만2000~1만5000원이면 35000원을 본인부담액으로 정하고 1만5천원 이상은 정률제로 가자는 제안은 내고 협의를 벌였지만 의료법 사태가 터지면서 없던 일이 됐다.
김 대변인은 "규개개혁위원회에서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위원들에게 호소문을 보내기도 했지만 위원회 구성상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 상임이사회에서 신문광고를 내자는 의견과 시민단체에 부탁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타당성이 없어 접었다"고 말하고 "현재로서는 차관들에게 호소문 보내는 등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수준의 대책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법안이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개원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과의사회 김일중 회장은 "정률제 전환은 환자와 개원가와의 사이를 끊으려는 정책의 일환"이라고 말하면서 "지금은 진단에서 투약까지 4500원이면 모두 해결됐지만 앞으로는 7000원 이상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환자들이 매약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당 진료비가 낮아 환자 수로 먹고 사는 내과 소아과 이비인후과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며 "비급여 부분이 높거나 건당 진료비가 높은 외과계열의 경우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울러 의원과 병원간 환자 부담액에 큰 차이가 없어 환자들의 병원 쏠림현상도 나타날 것으로 개원가는 전망했다.
이비인후과개원의협의회 최종욱 회장은 "더 이상 도리가 없다. 결국 2800억 재정을 아끼기 위해 의사와 국민이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게 됐다"고 말하고 "더욱이 지난 20년간 정액제를 시행하면서 담보되어 온 진료비 예측성 무너져 의사와 환자간 신뢰가 무너지고, 개원가의 경영난도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여 암담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개정안은 차관회의를 거쳐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