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 개원의인 주수호 후보가 27일 제35대 의협회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유권자들은 주 후보를 새로운 지도자로 선출함으로써 향후 의협호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주 후보의 당선 배경으로 △변화와 개혁 열망 △다자간 대결구도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등 잇따라 터진 굵직한 현안 등을 꼽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회원들은 개혁을 원한다는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났다”며 “지금까지 의료계를 이끌어왔던 리더 그룹들은 이제 젊고 새로운 회장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맡기고 떠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다섯 후보 모두 의협의 개혁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주 후보만이 의협의 병폐와 부조리를 몰아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인식되어 왔다.
선거에서 지지층이 겹치는 후보들이 포기하지 않고 출마를 강행, 타 후보의 지지표와 고정표가 양분된 점도 주 후보에게 이롭게 작용했다.
아울러 선거운동 기간 중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 문제, 의료급여환자 인증 문제 등 현안이 잇따라 터진 점도 유권자들에게 ‘한번 바꿔 보자’는 심리를 확산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캠프에서 인터넷과 메일을 이용해 시의적절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후보를 알린 것도 이번 승리를 도운 것으로 보인다.
주 후보의 당선 의미로는 의사협회가 출범 100주년을 앞두고 큰 변화의 물결 앞에 놓였다는 것 외에 정부와 타 단체와의 관계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점이다.
49세 회장의 출현은 지난 수십년간 유지되어 온 상명하달 식 의사결정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회원들의 참여 폭이 넓어지고, 상명 하달이 아닌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강성으로 알려진 주 후보 당선에 따라 향후 정부와의 관계에도 큰 변화가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 회장은 정부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세무조사’ ‘실사’ 카드가 무섭지 않은 빈털터리여서 정부와의 담판과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8일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받은 주 당선자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복지부가 가장 껄끄러워 하는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의-정관계의 악화는 더욱 심화될 거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49세의 젊은 나이와 경험부족, 인재난 등도 주 당선자의 운신 폭을 크게 넓히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당선자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시도의사회장을 비롯한 원로 세력들과의 연대를 통해 회무를 안정시키는 것”이라며 “자칫하면 신상진 전 회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주 후보의 당선을 반대해온 계층과의 관계를 개선, 이들을 의협 개혁의 원동력으로 활동하는 포용력도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