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멍들어 있던 ‘성분명 처방’ 시범사업의 밑그림이 세상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18일 국립의료원에서 열린 전문지 기자회견에는 의약계 전문지 16개 매체가 총출동해 강재규 원장의 발언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성분명 처방에 대한 입장을 경청했다.
1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예상대로 복지부 산하기관인 국립의료원이 지닌 원론적인 자세에만 치중됐을 뿐 성분명 처방의 가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결정적인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강재규 원장은 기자회견 장소에 들어서면서 운집한 기자들의 모습에 놀라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조입장 발언을 마친 강재규 원장은 회견 중간에 “이러게 많은 전문지 기자들이 모여 저를 바라보니 눈이 따갑다”고 전하고 “다들 시장할 텐데 점심식사를 하면서 회견을 이어가자”며 회견내용이 가져올 부담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의사이자 고위공무원인 강 원장은 이날 의료계가 주장하는 시범사업 반대에 공식적인 입장을 미뤘다.
그는 그대신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이번 시범사업이 연속성을 갖고 간다는데 확답을 갖지 않는다”며 전면실시에 대한 우려를 부인했다.
강재규 원장은 분명한 입장을 재차 질의한 기자들에게 “수행기관인 국립의료원이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최종결정은 복지부에 질의해 달라”고 말해 공무원과 의사의 경계면에 서 있는 자신과 국립의료원의 현 위치의 고뇌를 토로했다.
그렇다면 당초 기자들의 인터뷰까지 마다하던 강재규 원장이 왜 기자회견(국립의료원측은 ‘기자간담회’라고 정함)을 자청하고 나섰을까.
여기에는 의료계의 거센 반대와 전문지들의 집중적인 보도 게다가 국립의료원 게시판까지 확대돼 옮겨 붙은 동료의사들의 비난과 비판 등이 더 이상 회피하기 힘든 무거운 짐으로 작용했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기자회견 후 사석에서 만난 기자에게 강 원장은 “시범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원장으로서 반대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복지부가 국립의료원 사업으로 전면적 실시를 강행한다면 원장직을 걸고 강력한 반대에 나설 것”이라며 의료계의 성급한 판단 자제를 간곡히 당부했다.
물밑접촉이 아닌 공식 루트를 통해 의료·시민단체와 대화를 갖겠다는 강재규 원장은 현 상황을 ‘의료·제약계의 성장통’으로 제3자적 입장에서 표현하고 있으나 국립의료원 수장으로서 극복해야 할 커다란 난관임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