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이 어떻게 세운 병원이냐.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일으켜 세웠고, 수많은 사람들이 십시일반 기부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느냐. 그런데 노조가 무리한 요구만 하고 있다”
연세의료원 노조의 파업사태가 10일째를 맞으면서 그간 침묵을 지키던 교수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조승연(심장내과·63·
사진) 교수는 19일 오전 세브란스 새병원 3층 로비에서 연세의료원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면서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이 병원이 어떻게 세워졌는데 너희들이 이럴 수 있느냐”며 강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조 교수와 일부 노조원간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승연 교수는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통화에서도 분을 삭이지 못했다.
조 교수는 “병원은 물건을 만들어 수익을 올리는 사업장이 아니라 아픈 환자들을 진료하는 곳인데 환자들이 있는 로비에서 구호를 외치고 아우성을 피면 나도 기분이 나쁜데 환자들의 심정은 어떻겠느냐”면서 “자꾸 시끄럽게 하니까 분이 났다”고 털어놨다.
그는 “병원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임금만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고,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 교수는 “지난 몇 년간 임금을 파격적으로 인상했고, 심지어 다른 병원에서조차 왜 그렇게 많이 올려 우리까지 힘들게 하느냐고 항의할 정도”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얼마전 연세의료원 노조에서 진료수입이 월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교수들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교수들은 진료뿐만 아니라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를 병행하고, 진료과별로 수입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불구하고 돈 못버는 교수들을 나가라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조 교수는 “노조가 자기네 임금을 올리기 위해 교수와 비교수간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교수들이 이런 노조의 행태에 대해 항의해야 하는데 방관만 하고 있다. 적당히 타협하면 병원은 망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장비도 사야하고, 연구투자도 해야 하는데 번 것을 다 달라고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특히 그는 “세브란스병원이 어떻게 세워졌느냐”면서 “동문들과 환자, 보호자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해서 만들어졌고, 세브란스 씨가 기증한 병원이 아니냐”면서 “이렇게 파업해서 몇백억 손실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는 “주위 병원만 보더라도 환자가 없어 월급도 못줄 판인데 우리는 근무환경이 열악하지 않은데도 매년 월급을 대폭 올려달라고 한다”면서 “이런 것에 대해 교수들이 항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야 몇 년 있으면 떠날 사람이지만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일으켜 세웠고, 사회로부터 기부 받아 좋은 병원을 만들었으면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조승연 교수는 1945년 생으로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 줄곧 모교병원에서 진료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