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의료원 노조가 중앙노동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지난 2002년 가톨릭의료원의 7개월 장기파업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세의료원 노조는 24일 오전 8시 30분부터 새병원 3층 로비에서 집회를 열어 23일 중앙노동위원회 권고안을 거부하기로 결의하고 나섰다.
노조는 당초 중노위 권고안에 대해 조합원 찬반투표에 붙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강경대응으로 방향을 급선회했다.
이런 조짐은 조민근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집행부가 삭발을 단행하면서부터 일기 시작했다.
조민근 노조위원장은 삭발 직후 “중노위 권고안은 조합원 찬반투표에 붙일 가치가 없어 거부하겠다”고 선언하고 “앞으로는 노사 자율교섭을 하겠다”고 밝혔다.
중노위가 노사 양측에 제시한 권고안은 △임금 총액대비 3% 인상(비정규직 1.7% 별도 인상) △위로금 30만원 일시금 지급 △자녀 학자금 타 정규대학 40만원 증액 △간호등급 상향 조정은 노사 협의로 결정 △콘도 50구좌 증좌 △처 분만시 배우자 휴가 2일 추가 △45세 이상 복부초음파 격년제 실시 △장기근속자 금메달 상향조정 등을 담고 있다.
이같은 중노위 권고안이 나오자 노조원들은 노조 홈페이지에 속속 불만의 의견을 올리기 시작했고 결국 노조도 강경대응 입장을 굳혔다.
노조가 중노위 권고안을 거부한 것은 노조의 3개 요구조건, 즉 1년 이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간호2등급의 1등급 전환, 기준병상 확대 등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5일간의 장기파업을 철회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노위 관계자는 “노사 양측에 25일 오후 3시까지 수용여부를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이며,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노사 양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하면 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앞으로 어떻게 할 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중노위 권고안을 거부하자 의료원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의료원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되면 장기파업으로 가는 것 아니냐”면서 “다만 노조가 협상을 제의하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의료원 노사는 중노위의 중재 아래 22일부터 26시간 밤샘농성을 강행하면서까지 타협안을 도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지만 결국 사태가 더욱 악화돼 당분간 해결점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가톨릭중앙의료원 노조가 지난 2002년 7개월간 장기파업을 한 사례를 떠올리며 같은 전철을 밟은 게 아니냐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