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6일 성모병원 실사결과를 토대로 허위·부당청구 금액을 28억여원으로 잠정 집계하자 병원 의료진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이날 오전 실사결과를 발표하자 오후 2시 입장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모병원 우영균 병원장은 “잘못된 의료제도가 환자와 병원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면서 “복지부 실사결과대로라면 앞으로 성모병원은 요양급여기준대로만 진료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백혈병 치료 수준을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며 복지부를 맹공격했다.
잘못된 급여기준으로 인해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은 치료 사각지대로 내몰리며 모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이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정길봉 노조위원장도 우영균 병원장의 옆에 나란히 서 병원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이어 김학기 진료부원장은 복지부 실사 쟁점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따졌다.
김 부원장은 의료적 비급여가 발생할 수 없는 사례로 그람양성구균 항생제인 ‘vancocin'을 들었다.
그는 “이 항생제는 그람양성구균이 증명된 면역기능 저하 환자에게 투여하도록 하고 있는데 실제 균이 있더라도 증명할 수 있는 확률은 20%도 안된다”면서 “이런 급여기준은 환자가 죽은 뒤에나 약을 쓰라는 것이며, 균을 증명하지 못하면 삭감되기 때문에 비급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지난 7월부터 급여로 인정된 심장독성방지제 ‘카디옥산주’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카디옥산주는 백혈병환자의 항암치료 초기 심장독성을 예방하기 위해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보험급여가 되기 이전에는 유방암에만 투여하도록 했다”면서 “그러면 보험적용이 되기 이전에는 환자들의 죽음을 방치하라는 얘기냐”고 따졌다.
특히 그는 진료비 확인민원이 급증하면서 의료기관과 환자간 불신이 증폭되고 있다며 경험담을 털어놨다.
그는 얼마전 다섯 살 난 소아환자가 외래진료를 받으러 오면서 보호자가 보이지 않자 간호사에게 “애 엄마는 어느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자 간호사가 “애 보호자가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신청을 하면 진료비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민원을 넣었는데 의사 선생님을 보기가 미안해서 애를 보낼테니 치료 끝나면 로비까지 좀 데려와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은 “정말 이게 무슨 일이냐”면서 “기자 여러분들은 우리 병원 설명도 듣고, 무엇이 진실인지, 실정법과 생명 중 어느 것이 중요한지 판단해 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김학기 진료부원장은 브리핑 도중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순간 울컥하며 눈물을 쏟을 뻔했다.
우영균 병원장은 “심평원은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청구하면 끝까지 삭감하면서 환자들이 민원을 넣으면 급여로 인정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일선 의료기관은 어떤 기준에 맞춰 진료를 해야 하느냐”고 이중 심사잣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