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성모병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170여억원에 달하는 부당금액 환수 및 행정처분 예고를 받은 이후 급여기준을 초과한 약제, 치료재료 사용을 자제하자 비급여 처방을 인정해 달라는 백혈병환자들의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고교 2학년인 김모 씨는 최근 보건복지부 홈페이지 ‘장관과의 대화’에 성모병원이 비급여 처방을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하고 나섰다.
김 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골수이형성증후군으로 성모병원에서 2년간 치료를 받고 있으며, 면역억제제인 ‘사이폴엔’을 중심약제로 처방받아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에 병원에 갔더니 관련 법 때문에 ‘사이폴엔’을 처방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환자가 자신의 몸에 맞다고 생각되는 약제를 처방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도대체 어떤 목적이냐”고 따졌다.
그는 “이 약제를 보험으로 해 주면 감사하겠지만 사비를 내서라도 약을 구하고 싶다”면서 “왜 약을 얻을 수 있는 모든 문을 봉쇄하고, 지금 당장 한시가 급한데 법이 그렇다는 대답만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아무렇지 않게 받아오던 약품을 어느 날 갑자기 처방해 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환자를 위한 보건복지부, 식약청, 심평원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특히 그는 “사비를 들여도 상관없고, 약만 좀 달라는 건데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촛불집회를 하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여론을 끌어들여야만 되는거냐”고 토로했다.
가톨릭대 성모병원에서 백혈병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 70여명도 지난 7월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환자가 동의할 경우 비급여 처방을 허용, 최상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성모병원 역시 급여기준을 초과한 임의비급여에 대해 환자들의 진료비 환급 민원이 쏟아지는데다 복지부로부터 최근 28억원 환수, 140억원 과징금 처분을 예고 받은 상태에서 비급여처방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모병원의 모 교수는 “우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 뿐인데 부당청구로 낙인이 찍혔고, 복지부로부터 170억원 행정처분을 받았다”면서 “이런데도 급여기준 초과로 인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비급여 약을 쓸 수 있겠느냐”며 복지부를 겨냥했다.
그는 “생사를 좌우할 상황이면 어쩔 수 없이 비급여 약을 처방하지만 면역억제제와 같이 수혈로 대체할 수 있을 때에는 환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해 주고 가급적 처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환자들을 위해 억울해도 꾹 참았는데 과징금 예고처분을 받고나니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