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소송의 급증세와 맞물려 재판시 의료전문가들의 참여 및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제도·장치들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지난 19일 법원이 의료분쟁 등 전문분야 사건과 관련 전문심리위원제도를 실시한다고 밝힌데 이어, 이번에는 국회에서 법원 내에 공식적인 의료소송 전문자문기구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열린우리당 박명광 의원은 20일 의료사고 소송시 의무기록 감정을 전문가의 촉탁에 맡기도록 하고, 이의 객관적이고 공정한 검증을 위해 법원과 검찰 내부에 의료소송 전문자문기구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의무기록 감정절차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률안에 따르면 의무기록 감정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감정촉탁의 방법에 의하도록 했으며, 법원은 매년 각 지방법원별로 2곳 이상의 국·공립병원 및 대학부속병원 또는 종합병원에 감정과목별로 의무기록 감정을 촉탁할 과장 또는 대학의 조교수 이상의 전문의들을 추천할 것을 요청하도록 정했다.
아울러 피진료자가 사망한 경우 및 병원 측의 비협조로 인해 신청인이 진료기록 사본을 제출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법원이 치료병원에게 진료기록 사본을 송부하여 줄 것을 촉탁하도록 했다.
또 감정의 공정성을 제고를 위해 감정인에 대한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두었으며,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과 관련해 의무기록 감정 및 신체감정 등을 위하여 대법원 산하에 감정에 관한 자문기구를 설립하도록 규정했다.
감정인이 의무기록감정에 관한 감정서를 허위로 작성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5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와 관련 박명관 의원은 "공식적인 의료소송 전문자문기구를 설치해 전문성을 제고하는 한편 자문위원의 선정 등에서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의료사고 피해자의 권리구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법안제안 이유를 밝혔다.
박 의원은 "법원에서 처리된 의료사고 관련 손해배상 소송은 계속 증가하고 있는 반면 소송을 제기한 환자 측의 승소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보건의료사고 분쟁의 조정 등에 관련된 법제도적 정비, 의료과실 여부를 판정할 객관적 기관이 없어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상 의사의 과실을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가 입증하기 어려운데다 소송시 최종판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다보니 환자들이 경제적·시간적으로 큰 손실을 입고 있다는 것.
박 의원은 "현행 의료법에 의하면 의료소비자가 의료사고 피해를 입었을 경우 의료심사조정위원회에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으나 2003년 한해동안 의료심사조정위원회가 개최된 건수는 6건에 불과했다"면서 "뿐만 아니라 의료소송의 경우 1심에 평균 2.3년, 2심은 3.9년, 3심까지는 4.6년이 소요되는 등 큰 손실이 뒤따른다"면서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