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성모병원의 임의비급여 사태 이후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라 하더라도 임상적 소견을 인정, 급여로 인정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임상교수들은 정부와 심평원의 이런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정’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심평원은 최근 ‘암환자에게 처방ㆍ투여하는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개정안을 마련해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개정안에 따르면 진료의사가 조혈모세모이식 전처치를 위해 1군 항암제를 단독 또는 병용투여할 때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필요 적절하게 투여하면 요양급여를 인정한다.
심평원은 2군 항암제 역시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투여할 수 있도록 족쇄를 풀었다.
기존에는 대상 질환별 항암제 투여량과 식약청 허가사항 범위 이내 투여 등 세부인정기준에 적합해야 급여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사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투여하도록 한 것은 파격적이다.
이와 함께 심평원은 조혈모세포이식 전처치요법의 하나인 항구토제(5-HT3 주사제)에 대해서도 식약청 허가사항을 초과해 투여할 수 있도록 했다.
심평원은 개정안에서 “고용량 항암제를 투여하는 조혈모세포이식 전 처치요법 기간 중 발생하는 구토에 대해 경구제나 다른 성분의 약제를 투여해도 조절되지 않을 경우 환자상태와 진료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주사제를 추가투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항암제 투여 횟수가 정해져 있어 이를 초과할 경우 삭감이 불가피했으며, 이로 인해 일부 의료기관들은 급여기준을 초과한 것에 대해서는 환자에게 비급여로 청구하거나 손실을 감수해 왔다.
이 같은 심평원의 급여기준안에 대해 일선 교수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성모병원 모 교수는 “과거에는 의학계와 대학병원이 급여기준 완화를 요청해도 수용되기가 쉽지 않았는데 임의비급여사건이 발생하자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면서 “복지부와 심평원의 마인드가 좀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번에 나온 개정안은 이미 수차례 개선을 요구한 사항이고, 진작 바뀌었다면 성모병원이 환자들에게 진료비를 환급하고, 140억원이 넘는 과징금 처분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의 늑장대처로 인해 병원만 범법자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