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와 본과 6년간의 의과대학 시절 적잖은 학생들이 크고 작은 장학금의 혜택을 받았다. 전문대학원 전환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그나마 유지돼온 장학 지원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 대부분이 기부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와 일반인들의 반응은 차가울 따름이다. 더구나 모교를 졸업한 동문 의사들의 후배 사랑은 마음으로만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기부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한 의과대학 기부자인 독지가와 일반인, 환자, 의사 등에 대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나눔의 정신을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묵묵히 명예와 자부심을 갖고 환자 진료를 하고 있는 의사 선생님들을 위한 기부는 내 삶의 보람입니다.”
대학로에서 30여년간 음식업에 종사하고 있는 정복남씨(사진)는 한식당 ‘오감도’를 운영하면서 손님 1명당 1만원을 적립해 서울의대 학생들에게 10여년 넘게 기부하고 있는 인물이다.
인터뷰 요청에 특별히 한 일도 없다고 수줍어하는 정복남씨는 “훌룡한 의사가 되기를 바라며 목돈을 주면 좋겠지만 적은 돈을 전달해 항상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자신의 마음에 차지 않은 기부액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정복남씨는 “의사는 환자를 위해 칼로 째고 진료하는 직업으로 항상 고맙고 존경하고 있다”며 “식당이 어렵고 적자가 나더라도 장래 의사들을 위해 기부해야 힘이 생긴다”고 말해 나눔으로 인한 자부심을 피력했다.
정복남씨는 “배운 것이 많지 않지만 좋은 옷과 좋은 차, 좋은 아파트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삶의 가치가 높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손님들에게 정성어린 음식을 내놓듯이 환자의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교수님들을 지켜보면서 작은 정성이라도 전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식당에서 만난 서울의대 교수들과의 인연이 기부의 계기가 됐음을 내비쳤다.
이어 “지난 IMF 때 식당이 어려워져 1~2년간 서울의대 기부를 끊은 적이 있다. 하지만 삶에 재미가 없어 다시 기부를 하면서 인생의 보람을 되찾았다”며 “캐나다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아들에게도 엄마가 죽은 후에도 적지만 학생들을 위해 사회에 환원할 것을 당부했다”고 말해 자신 뿐 아니라 후손까지 기부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전했다.
과거 서울의대 이정상 학장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예전에 서울의대에 1억원을 약정한 적이 있는데 식당 사정이 어려워져 단골손님인 이정상 학장님에게 기부 액수가 적어질지도 모르겠다며 송구스런 마음을 피력한 적이 있다”고 전하고 “이때 학장님은 ‘정해진 액수와 기간을 지키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아무런 걱정하지 마시라’라며 오히려 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며 기부자로서 느낀 기쁨을 회상했다.
대학로의 ‘억순이’이며 ‘또순이’로 통하는 정복남씨는 서울의대 외에도 주위 방송통신대와 성균관대, 경성고 등에 학생 장학금을 전달하는 기부의 마당발(?)이다.
"의사로 성장해 베풀기를 기원“
정복남씨는 “몇 년전에 잠깐 식당을 비운 사이 서울의대 한 여학생이 찾아와 감사하다는 내용의 편지를 전달하고 간 적이 있다”고 회상하고 “학생에게 말은 못했지만 오히려 고맙고 나중에 사회에 나와 기회가 되면 베풀라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며 의사로 성장했을 학생에게 나눔의 기쁨을 공유할 것을 조언했다.
정복남씨는 “의사 사회에 대해 잘 모르지만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 돈되는 데는 많이 가고 산부인과와 같이 안되는 진료과는 안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의사들도 알고 있다고 믿는다. 명예와 자부심을 갖고 훌룡한 의술을 펼칠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게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정복남씨는 “장사가 지금 보다 잘돼 더 많은 성금을 의대생들에게 전달했으며 좋겠다”고 말하고 “잘은 모르지만 세상의 아름다움과 행복은 남에게 봉사하고 자기일에 자부심을 갖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라며 받은 쪽보다 주는 쪽에서 더 큰 보람을 느끼는 기부에 대한 기쁨을 피력했다.
과거 서울의대 회식 명소인 ‘낙산가든’의 매니저로 시작해 3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하며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는 정복남씨는 갈비탕을 즐기는 왕규창 학장에게 서울의대 학생들을 세계적인 인재로 키워 줄 것을 당부하는 자신의 바램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