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과와 본과 6년간의 의과대학 시절 적잖은 학생들이 크고 작은 장학금의 혜택을 받았다. 전문대학원 전환으로 학생들의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서고 있는 지금 그나마 유지돼온 장학 지원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의과대학 대부분이 기부문화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업체와 일반인들의 반응은 차가울 따름이다. 더구나 모교를 졸업한 동문 의사들의 후배 사랑은 마음으로만 전달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기부문화 조성의 일환으로 한 의과대학 기부자인 독지가와 일반인, 환자, 의사 등에 대한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느끼는 나눔의 정신을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의사를 육성하는 의과대학에 기부문화가 미흡하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 놀랬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아내 문혜영씨와 동욱·현준군 등 모두가 서울의대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김석수씨 가족(사진)은 인술을 전파하는 의사를 가르치는 의대에 도움이 손길이 적은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같이 피력했다.
김석수씨는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저조한 것은 단순히 의과대학에만 국한된 사실은 아니”라며 “큰 금액을 내야 한다는 식의 사회적 사고가 나눔의 실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소아암 등 연구발전을 목적으로 서울의대에 매년 성금을 전달하고 있는 김석수씨 가족이 기부에 동참하게 된 계기는 ‘남을 배려하며 살아가자’는 가족회의의 결정에 따라 결혼기념일을 기부의 날로 정하면서 시작됐다.
부인인 문혜영씨는 “예전에 봉사하며 살자는 취지에서 보육원을 찾은 적은 있는데 명절때만 기업이나 단체에서 물품과 성금을 전달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전하고 “가식이나 거짓이 아닌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나눔이 진정한 사랑임을 깨달았다”며 기부에 동참하게된 계기를 설명했다.
김석수씨는 “방송이나 신문에서 일반인들이 평생 고생한 거액을 기부하는 소식을 접할때마다 우리사회에 따뜻함이 남아있음을 느낀다”며 “다만,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큰 액수로만 해야 한다는 편견에 사로잡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 중인 아들 동욱군도 “미국에서 고등학교 다니면서 느낀 중요한 것은 자기를 버리고 고국을 위해 헌신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하고 “학생과 학부모, 시민 등 많은 사람들이 1달러부터사용한 헌 물품을 기증하는 것이 생활화되고 있다”며 외국에서 경험한 기부문화의 생각을 전달했다.
"기부 묘책, 아이디어도 한몫 해요“
동서식품 부회장인 김석수씨는 경영자로서 느낀 기부 활성화를 위한 자신만의 묘책을 조언했다.
김석수씨는 “기업의 기부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금액적인 부분도 있지만 의학과 기업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감대가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전제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의대에 기부를 함으로써 사회적인, 국민적인 어떤 효과가 있을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업체와 공유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석수씨는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기부를 한 사람들에게 작은 배려를 해줬으면 한다. 외국은 1달러를 기부해도 감사의 편지와 성금사용 내역이 전달되지만 우리나라 의대와 병원은 기부자를 위한 서비스에 너무 무심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김석수씨 가족은 “과거처럼 기부하고 나서 기부했다는 사실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금액과 상관없이 이제 떳떳하게 알리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며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 발전을 위해 기부 액수가 아닌 가족의 행사로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족기부로 인해 두 아들의 용돈이 적어지게 된 것을 미안해하는 김석수씨 부부는 아들들도 남을 배려하는 나눔의 기쁨에 동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고마워하면서 지속적으로 의학발전을 위한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