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적인 경영난과 의료사고 휴유증에 시달리던 수원시 팔달구 A산부인과 B원장이 투신자살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투신자살한 B원장은 72세의 고령으로 여느 개원의라면 퇴임 후 평온한 노후를 누릴 시기에 비운의 개원의로 생을 마감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B원장은 수원시 내 개원한 지 40년쯤되는 수원 토박이 개원의로 과거에는 입원실까지 갖추고 산부인과병원을 운영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저출산 등 산부인과에 악재가 겹치면서 입원실과 분만실은 폐쇄하고 병원을 의원으로 축소하면서 과거 산과 개원의로서 영화를 누리던 그는 큰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의료사고로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심리적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의사회 한 관계자는 "B원장님이 의원에 큰일이 있어서 폐업하고 보건소나 모자보건센터에서 일하고 싶으니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하신 지 불과 한달도 안됐는데 이같은 일이 생겨 너무 놀랐고 안타깝다"며 "아무래도 최근에 발생한 의료사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회 측은 그가 일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애착을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의료사고 관계자로부터 물리적, 경제적인 압박은 없었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 한 원로 관계자는 "다른 사람들은 의사가 정년쯤되면 부유하게 여생을 즐기면 될 걸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빚더미에 놓여있어 정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문을 닫을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개원의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부인과 개원의는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다시 한번 산과 개원의들의 현실을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추측하건데 과거와 현재의 격차가 너무 크다보니 거기서 오는 자괴감에 힘들어했을 것 같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B원장은 지난 3일 저녁 8시 50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자신의 산부인과 건물 7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그자리에서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