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료원 성분명처방 시범사업 첫날인 17일, 의사들과 문전약국 약사들은 환자들의 문의를 묻고 설명하느라 평소보다 긴 하루를 보냈다.
대다수의 환자들이 성분명처방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것은 의·약사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
진료실 내에서는 의사들이 약국 내에서는 약사들이 "성분명으로 처방해드릴까요, 기존대로 처방해 드릴까요"라며 환자들의 의사를 확인하자 대부분 환자들은 성분명처방을 거부했다.
전문의 "성분명처방 하긴하는데..."
익명을 요구한 국립의료원 내 한 전문의는 "솔직히 의사로서는 성분명처방에 반대할 뿐더라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병원 윗선에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또한 국립의료원 내 모든 의료진에게 함구령이 내려져 기자들의 질문에 속시원히 답하는 의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원내 오가는 의료진들은 기자의 취재요청에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며 인사를 하고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한 전문의는 성분명처방 시행으로 달라지는 OCS(전자처방시스템)화면을 잠시 열었다가 사진촬영을 부탁하자 즉시 창을 닫으며 일체 언론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약국 "부정적 시각 부담스럽다"
K약국 김모 약사는 "아침부터 의사들이 의료원 주변을 돌며 길거리홍보를 하고 제작한 팜플렛을 배포하는 등 성분명처방에 대해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성분명처방과 관계도 없는 환자가 와서는 '나는 성분명 처방 말아라. 왜 약사가 마음대로 약을 지으려고 하느냐'는 등 언성을 높이고 갔다고 전했다.
해당 약사는 "사실 성분명처방은 약재보험비 절감이라는 성과를 위한 것인 만큼 약사가 결정한 부분이 아니니 너무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하지 말고 도와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성분명처방 건수 낮아 변화 척도로 삼기 어려워
17일 국립의료원은 총 23건의 성분명처방전을 발행했으며 이중 상당수가 문전약국에서 처방됐다.
실제로 국립의료원 인근에 위치한 문전약국 3곳의 약사들에 따르면 총15명이 성분명처방을 받은 가운데 D약국은 10명, K약국은 4명, Y약국은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성분명처방에 따른 약국가의 변화를 읽기에는 처방건수가 턱없이 부족한 수치인 셈이다.
게다가 D약국의 경우 10건 중 3건은 기자들이었으며 기자를 제외한 7명 중 6명이 재진환자였다. K약국은 4명의 성분명처방 전원이 재진환자였고 Y약국의 1명 또한 재진환자였다.
즉, 기자를 제외한 재진환자 모두 종전의 처방전대로 사실상 약제비 절감효과를 본 환자는 초진환자 1명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D약국 김모 약사는 "재진환자의 경우 기존대로 처방받길 원하느냐는 질문을 먼저 했고 '그렇다'고 답해 기존대로 처방했다"며 "우리 약국의 경우 실질적으로 이날 약제비 절감효과를 본 환자는 단 한명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 환자는 성분명처방에 대해 설명을 한 뒤 환자의 동의하에 '잔탁'을 '큐란'으로 대체조제하자 일주일치 약을 처방 받아 총 2800원의 약제비가 절감효과를 봤다.
그러나 사실상 공단부담금이 2000원, 환자본인부담금은 800원으로 가격절감 효과는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약사들의 설명이다.
K약국 김 약사 또한 "오늘 성분명처방한 환자 4명 모두 재진환자였기 때문에 기존의 처방전과 달라진 바가 없다"며 "기자 한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존 처방의 약을 원해서 기존대로 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