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노조 파업이 1일차를 맞은 가운데 노사 양측은 실무교섭을 재개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결렬됐다.
노사는 11일 오후 성상철 병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본교섭을 가질 예정이지만 핵심쟁점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9일 오후부터 시작된 밤샘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10일 7시를 기해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 참가한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조합원 500여명은 서울대병원 로비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또 노사는 이날 오후 3시경 실무교섭에 나섰지만 입장차만 재확인하고, 별다른 성과 없이 1시간 30분 만에 협상을 종료했다.
현재 서울대병원 임단협 협상의 핵심쟁점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연봉제, 팀제, 임금피크제 도입 금지 명분화 등이다.
노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대립
노조는 2006년 2년차 이상 비정규직 239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한 합의사항을 이행하고,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병원은 2006년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기로 합의했지만 이사회에 안건조차 상정하지 않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명도 정규직 발령을 내지 않았다”면서 “여기에다 비정규직법을 악용, 2년이 되지 않은 비정규직들을 계약해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병원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2년차 이상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노사가 합의했지만 당시에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에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법적 근거도 없이 이사회 승인을 요청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7월부터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서 이사회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면서 “앞으로 이사회 심의를 거쳐 연차적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 않기로 명문화하라” “경영권 침해 수용 불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못지않게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연봉제, 팀제, 임금피크제 도입 문제다.
노조는 병원측이 2005년 연봉제, 팀제,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지 않기로 서면합의한 바 있는데 병원장 임기가 끝나고 재임하자 명문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향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서면합의를 하라는 것이다.
반면 성상철 병원장은 9일 ‘교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병원은 현재 구조조정 계획이 없으며, 앞으로도 고용상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는 게 일관된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성 병원장은 노조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요구에 대해서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병원 관계자 역시 “당장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노조가 명분화를 요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면서 “만약 서면합의를 한다면 병원장이 3년마다 바뀌는데 후임자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여기에다 노조는 병원이 인력 구조조정을 시도하기 위해 (주)엘리오&컴퍼니와 경영컨설팅 계약을 맺었다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병원 핵심관계자는 “다른 대학병원들도 엘리오&컴퍼니로부터 경영컨설팅을 받은 후 경영 효율을 높인 바 있고, 이 회사는 구조조정안을 수립한 적도 없다”면서 “그런데도 불구하고 노조가 직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이들 사안에 대한 병원측의 입장은 단호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 핵심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다음 주 의료기관평가를 망친다 하더라도 경영권 침해 불가라는 협상 원칙을 훼손하진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노사는 이들 사안 외에 선택진료제 폐지, 상급병실료 인하, 다인병상 확대, 임금 인상(노조 9.67%, 병원 3.5%) 등에 대해서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노사 양측은 파업 2일째인 11일 오후 성상철 병원장이 참석하는 본교섭을 벌이기로 했지만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