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환자의 알권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이는 결국 약제비를 줄이려는 술책이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기관별 처방건당 약품목수를 전면공개하겠다고 발표한데 대해 개원의들은 이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항생제 처방률에 이어 처방건당 약품목수까지 공개하고 있는 일련의 행보를 살펴볼때 병·의원의 처방에 대해 압박을 가하는 진짜 이유는 환자들의 알권리 외에 따로 있다는 얘기다.
"약품목수 적게 처방하면 좋은 의사냐"
P소아과의원 박모 원장은 "이미 상당수 환자들은 약국에 가면 약품목수가 몇개인지 어떤 약인지 정도는 알고 있다"이라며 "이같은 내용을 굳이 포장해서 대대적으로 공개한다고 밝히는 것 자체가 의사들에게 약처방을 압박해 약제비를 줄여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약품목수를 갖고 좋고 나쁜의사를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질환에 맞는 적절한 약처방이 이뤄졌는가에 대한 평가도 아니고 단순히 약 품목수로 평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통제 필요하지만 의사자율권 존중해야"
또한 진료과별로 처방 특성이 다르다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L이비인후과의원 임모 원장은 "이비인후과의 경우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했을 때 타격이 컸다"며 "진료과목별로 질환에 따라서는 약품목수가 많게 처방해야하는 경우도 있는데 무작정 약 처방 품목만 공개하면 이를 알 수 없는 일반 국민들에게 오해를 살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S가정의학과의원 이모 원장은 "의사에 따라서는 복합제 비급여로 뺀 상태에서 처방 약품목수를 공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의사입장에서는 복합제를 선호하지 않은 경우가 다수 있는데 그럴 경우 6~7알까지 처방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의사-환자 라포 무너져…정보공개 오히려 역효과
무엇보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는 의사와 환자간에 라포를 깨뜨려 치료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환자가 의사를 신뢰할 수록 치료효과가 더욱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의료기관에 대한 잇따른 정보공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S정형외과 이모 원장은 "의사들이 사회적으로 신뢰를 되찾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정부가 나서서 라포형성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