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시행한 1주기 의대인정평가(2000~2004년) 당시 상당수 의대들이 ‘인정’ 평가를 받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의대 채종일(기생충학교실) 교수는 최근 서울대병원보인 ‘함춘시계탑’에 ‘의대 인정평가 제2주기에 바란다’는 시론을 실었다.
채 교수는 올해부터 시작되는 제2주기 의대인정평가와 관련해 “강력한 바람이 하나 있다”면서 “기왕에 시행하는 인정평가 사업이니만큼 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채 교수는 지난 1주기 평가 당시 가장 문제가 되었던 평가항목이 교수 확보와 병원 확보 문제였다는 점을 환기시키면서 일부 편법 사례를 지적했다.
1주기 의대인정평가에서 기초의학 전공교수는 기본 8개 전공분야별로 각 3명 이상씩, 총 3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41개 의대 중 10개 이상이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일부 의대에서는 임상교실 연구교수를 기초의학 교수로 기록해 위기를 넘겼고, 심지어 의예과 교수를 기초의학 교수로 기록해 슬쩍 넘어가려고 한 대학도 있었다는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미확보 분야 전공교수를 공채하겠다며 공고를 낸 신문을 들이밀자 곧 확보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간주해 점수를 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공채만 내고, 실제로는 교수를 채용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고 채 교수는 꼬집었다.
교육병원 확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
모 신설대학은 학교 설립 신청을 하면서 어느 부지에 어느 정도 규모의 병원을 짓겠다고 해 의대 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외환위기 등 악재로 자금난에 봉착하자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다른 대학병원에서 본과 3, 4학년 학생 실습을 위탁해 파행을 초래했다.
특히 채 교수는 “모 의대는 기존에 운영하던 종합병원을 교육병원으로 활용하겠다고 해 설립인가를 받았지만 구조 자체가 학생 교육에 전혀 맞지 않아 강의실 확보는 물론 학생들이 실습하거나 쉴 공간마저 없어 임상실습이 어려운 사례가 흔히 있었다”고 적었다.
이와 함께 학생 기숙사나 휴게실, 동아리실, 체육시설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학생생활 지원이 열악한 대학도 여럿 있었다.
채 교수는 “아무쪼록 이번 제2주기 인정평가사업이 성공적으로 잘 진행돼 모든 의대가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환경을 확보하고 세계 속에 경쟁할 수 있는 대학으로 발전되길 기원 한다”며 글을 맺었다.
한편 제2주기 의대인정평가 첫해인 올해에는 고려의대, 서울의대, 성균관의대, 울산의대, 인하의대가 평가 신청을 했지만 일부 의대는 아직까지 신청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