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법안의 처리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형국이다.
한나라당이 법안심의 거부를 고수하고 있는데다, 법안관련 당사자인 의료계에 이어 논의 초반 강력한 지지세력이었던 시민단체들도 '누더기 편집'에 반발하며, 등을 돌렸다.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법안소위를 개최했으나, 의료사고법의 심의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날 소위에 상정된 안건은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안(백원우 의원 대표발의) 등 총 41건.
당초 소위는 이날 한나라당과 논의, 의료사고법안의 최종의결여부를 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날 의료사고법안은 정식상정안건이 아닌 '별표'안건으로 명단에 올라있었다.
이는 한나라당의 반대여론을 의식해 마련한 일종의 대안. 그러나 한나라당 간사인 김충환 의원은 본격적인 법안심의에 "예정안건대로 심의하기 않을 경우 지난 소위와 같은 일이 있을 수 있다"고 배수진을 쳤다.
소위는 이날 밤 10시가 넘는 시각까지 장장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으나, 의료사고법의 심의는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의료계도, 시민단체도 "의료사고법안 처리 총력 저지"
법안의 심의가 무산된데는 의료사고법안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의 반대여론도 한 몫을 했다.
의료계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어, 법안처리에 지지를 보내왔던 시민단체들까지 법안처리 저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
시민단체들은 16일 열린 소위에서 민주신당측이 채택한 법안심사결과에 대해 법 취지 및 체계의 일관성을 훼손한 개악이라면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의료사고피해구제법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는 이날 오전 성명을 통해 "의료계의 눈치보기로 얼룩진 법안심의과정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면서 "입증책임의 분배는 법 취지를 무력화 시키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법안소위가 이익단체들의 목소리에 휘둘려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었다"면서 "민주신당측이 채택한 내용대로 상임위 의결을 시도한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총력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여론 비등…의료사고법안 연내처리 어려울 듯
한나라당측의 법안심의 보이콧,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여론까지… 의료사고법안은 사실상 '고립무원'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이에 당초 유력한 대안 중 하나로 점쳐졌던 20일 전체회의 위원장 직권상정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매우 희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설령 위원장 직권으로 전체회의에 법안이 상정, 표결처리에 부쳐진다 하더라도 의결될 확률은 낮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모두 반대표를 던지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복지위 관계자는 "소위에서 의결이 안될 경우, 위원장 직권상정하는 방법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현재로서는 그 가능성이 매우 낮아보인다"면서 "이대로라면 연내 처리는 물론 17대 회기내 처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복지위는 20일 아침 열릴 예정이었던 전체회의 일정을 오후 2시로 미루고, 오전 중 법안소위를 열어 계류법안들에 대한 심의를 이어간다는 계획. 그러나 의료사고법안은 이날 상정예정안건 목록에 오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