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가 최근 의료기관평가를 받은 대형병원의 편법 사례를 폭로하면서 정부 평가의 공정성 문제가 또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의료노조가 공개한 대표적인 편법사례는 의료기관평가 위원에 대한 과도한 향응 제공이다.
평가 위원에게 최고급 호텔 숙식과 함께 고급 요리를 제공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도한 선물을 제공하는 행태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지난달 의료기관평가를 받은 모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평가 기간 의전팀에 배속돼 평가위원을 접대했던 경험을 털어놨다.
그는 “아침 일찍 호텔로 가서 평가위원들을 병원까지 모셔오고 인근 고급식당에서 식사 접대하는 임무를 맡았다”면서 “다른 병원도 이 정도 접대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평가 위원은 평가 대상 의료기관과의 학연, 지연 등을 모두 고려해 공정하게 위촉하고 있으며 사전교육도 철저하게 시키고 있다”고 항변했다.
복지부는 현재 평가위원들에게 숙박비와 식대, 수당을 제공하고 있지만 숙박비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3만원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거주하는 평가위원이 지방 병원을 평가하기 위해 출장을 가려면 자비를 털어 여관이나 호텔을 예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평가위원들 사이에서는 여관급 호텔에서 묵게 하느냐는 불만도 일부 나오고 있지만 이는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병협 관계자는 “평가위원들에게 출장비가 제공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으로부터 숙식을 제공받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식사도 구내식당에서 해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너무 야박하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숙식과 향응을 제공받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이렇게 말라고 요구하기 전에 비현실적인 의료기관평가 예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평가 대상 기관들이 평가 기간에 집중적으로 인력을 추가배치하고, 대기환자를 줄이는 등의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도 아니다.
하지만 복지부 관계자는 “평가 항목의 62%가 과거 1~3년간의 의무기록과 각종 증빙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하고, 환자 면담을 통한 과거경험 회상 조사도 11%에 달해 의료기관평가를 받는 이틀간 집중 준비를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러한 편법 사례는 의료기관평가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의료기관의 준비 소홀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최근 일부 병원에서 의료기관평가 기간 일시적으로 조치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은 평소 양질의 진료환경을 구비하지 않다가 단기간 평가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사례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관계자는 “편법, 부당 사례가 적발되면 인과관계를 따져 제재를 가해야겠지만 지금까지 파악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대학병원 교수는 “의료기관평가 항목 중에는 비현실적인 게 적지 않고, 평가결과를 등급별로 발표하지 않고 1등부터 꼴찌까지 순위를 공개하면서 병원 이미지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의료기관평가가 병원을 서열화하는 상황에서 어느 병원이 이런 편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