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평가를 받는 병원들이 근무인력을 보강하는 편법사례로도 모자라 평가단에 각종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의료기관평가를 받은 병원에 근무중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증언에 따른 구체적인 편법사례들을 공개했다.
19일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평가기간동안 평상시보다 많은 인력을 보강했으며 투약시기를 조절하고 환자를 평가에 적합하도록 분류하는 등 각종 편법을 시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A병원은 미리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기관평가 질의 내용을 수차례 반복해 질의 응답하며 모범 답변을 숙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B병원의 경우 투약 대상자로 선정된 환자와 미리 짜고 의료기관 평가단이 올 때에 맞춰 투약을 진행하느라 환자가 제시간에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또한 C병원은 평가기간에 환자 식사의 질이 달라졌다는 제보도 있었다. 평소 그냥 식단에 올려져 나오던 수저가 수저집에 담겨 나왔던 것.
가장 많이 제보된 내용은 직원 보강에 대한 지적이었다. 대다수 병원이 평가당일 평소 근무자보다 많은 인원을 출근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D병원의 경우 평소 4명이 근무하던 병동에 2명의 간호사를 추가배치했으며 이어서 3명의 중간근무자를 투입하고 오후에 나올 근무자 4명을 일찍 출근시켜 같이 근무하게 했다.
결국 평소 4명이 근무하던 이 병동에 총 13명이 투입되면서 평소의 3배에 달하는 인력이 배치됐다는 것이 노조측의 지적이다.
특히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평가단에 과도한 향응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더했다.
실제 E병원의 경우 의료기관평가단이 도착하자 의료원장이 직접 나가서 맞이하는 것은 물론 부원장 등 병원의 관리자급 이상이 총 출동해 꽃다발을 증정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
또한 평가기간동안 평가단에게 인근 최고급 호텔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밤에는 고급 요리로 회식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일부 병원들은 평가단원용 실내 슬리퍼는 물론 개인 선물까지 맞춰 준비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대해 보건노조는 "복지부는 2주기 의료기관평가를 시작하면서 1주기 평가때 나타났던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현재 상황은 전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며 "이러한 편법사례들은 결국 환자들에 대한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평가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병원들의 편법대응을 개선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적정인력 확보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시급하다"며 "의료법 개정을 통해 병원 인력 기준을 대폭 강화하거나 간호수가차등제 개선, 수가 협상과정에서 인력과 연동하는 방안 등을 통해 인력충원방안을 적극 모색해 가야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