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가 없는 검·경찰의 환자정보 요청에 대학병원 대다수가 협조해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대학병원민원관리자협의회(이하 대민협, 회장 이인영)는 최근 단국대 천안병원에서 열린 제4차 워크숍에서 “검·경찰이 의무기록과 진단서, 소견서, 인적사항 등 민·형사 소송과 사건에 대한 의료정보를 요구하고 있고 대부분 병원이 이에 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원관리 사례 발표에서 대민협 한 회원은 “경찰서와 검찰청, 법원 등이 환자의 정보를 요구할 때 어떻게 처리하는가”라고 묻고 “일주일에 한번 접수되고 있는 사법기관의 정보요청으로 병원과 공무기관간 미묘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며 암묵적으로 진행되는 사법기관의 자료요청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미 일부 언론에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적이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후속조치가 마련된 것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묻는 병원들의 질의에 복지부는 한결같이 타 법령에 규정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학병원 자문변호사 의견을 소개하면서 “변호사도 검·경찰의 병원에 대한 자료요청은 원칙적으로 근거가 없고 환자의 위임장이 필요하다는 견해”라면서 “다만, 지금까지의 관행과 관계를 고려할 때 요양기관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문제이나 이에 대한 책임은 병원에 있다는 것”이라며 관례적으로 자료제공에 응해온 병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학병원 대부분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도 검·경찰 의견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지방대병원 원무직원은 “현재의 법적 근거가 부재하므로 검·경찰의 요구에 반드시 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이해되나 현실적으로 거부할 수 있는 병원들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제하고 “대부분이 해당병원 관할 경찰서와 검찰에서 요구하는 있는데 이를 거부한다면 각종 의료분쟁시 어떻게 대처하겠느냐”며 뿌리치기 어려운 관행의 고리를 내비쳤다.
서울지역 대학병원 참석자도 “원무팀에서 공문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동료를 보면 수사기관의 형식적인 공문이나 전화로 환자 정보를 요구해 골머리를 앓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며 “최근 환자들의 의료분쟁이 늘어나고 있는 상태에서 이들의 요청을 마다하기는 어려운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경기지역 한 참석자는 “검·경찰과 얽혀있는 이해관계로 어쩔 수 없다고 하나 환자의 권리를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고 말하고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수사기관의 자료요청시 환자의 동의를 전화로 얻고 이를 기록해 향후 문제발생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관례적인 협조체계의 재정립을 제안했다.
대민협은 이날 논의한 내용을 다음 워크숍에서 재토론한다는 원칙아래 소속병원 실무팀에서 심도있게 논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