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의료계가 무한경쟁시대로 들어가면서 USMLE, 싱가폴 의사자격증 등 해외 의사자격증 취득기회를 열어주는 의대들이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학생들의 미래를 위한 현명한 처사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지만 체계적인 체제를 갖추지 못한다면 대외홍보용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A의대는 최근 의학과 정규과목에 미국 의사국가시험(USMLE)를 개설했다. 또한 B의대는 최근 싱가폴 해외 인정리스트에 등록, 의대를 졸업시 싱가폴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이러한 의대의 움직임에 대해 의료계 일부 인사들은 바람직한 시도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단순히 국내 의사국시 합격률에 집착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는 것 또한 대학이 가지는 의무라는 것이다.
한 의대 학장은 "A의대가 USMLE 준비과정을 정규 교과목에 편입했다는 말을 듣고 아차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학생들의 수요를 적용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내과 개원의는 "국내 의료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드는 지금 의대들의 이러한 시도들은 학생들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는 바람직한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더이상 의대들도 국시합격률에 집착하기 보다는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택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하지만 체계적인 틀이 없는 시도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싱가폴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한 개원의는 "B의대를 졸업하면 싱가폴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는 보도를 보고 너무나 좋은 제도라고 생각했었다"며 "하지만 실상을 보니 다소 학교측의 과장이 섞인 것 같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학교측에서는 의대를 졸업하면 싱가폴에서 바로 의료행위가 가능한 것처럼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싱가폴 정부측에 따르면 B의대를 졸업할 경우 싱가폴 의대를 졸업한 것에 준하는 대우를 보장하지만 싱가폴내에 개원을 위해서는 5년이상 싱가폴 국공립병원에서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5년동안 지도전문의의 지도를 받아야 싱가폴내에서 진료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은 말이 쉽지 전공의 과정과 다를 바가 뭐가 있겠느냐"며 "학생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장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한 의대 교수도 "의대들의 이러한 시도들은 분명 권장할 만하다"며 "하지만 수박 겉핥기 식의 대외홍보용 정책으로는 학생들의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학은 어떠한 정책을 시작할때 정말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또한 만약 그럴만한 정책이라도 오랜 기간동안 체계적인 틀과 기반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