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로 정년퇴임하는 연세의대 윤방부 교수(65)는 퇴임이 '쉼'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간 많은 강연이나 방송출연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친숙한 의사였던 그는 퇴임후에도 여전히 열정적인 생활을 준비하고 있다.
"어느 경제연구원에서 내가 퇴임후 할 수 있는 일을 조언해 줬는데, 품위를 유지하면서 봉사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는 이 조언에 따라 세 가지 계획을 세워놓았다. 먼저 경기도 인근의 무료요양병원에서 일하는 것. 두 번째는 가정의로서 하지 못한 진짜 '주치의'로 활동하겠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병원에 있다보니, 환자를 일일이 주치의와 같이 챙기는 역할은 하지 못했다"면서 "이제는 몇몇 사람의 주치의가 되어서 제대로된 주치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송매체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양한 의료 상식을 전한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그는 "가능하면 제자들도 볼 겸 일주일에 한번은 나올 생각"이라면서 "각종 사회 단체를 통해 '국민 행복'을 위한 활동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의학, 정수 잊어버리고 있다"
'윤방부 교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가정의학을 도입한 의사라는 것이다. 미국에서 가정의학레지던트를 밟고 돌아온 그는 10년간 가정의학회 이사장을 맡으면서 가정의학과의 기틀을 잡았다.
이 때문에 퇴임하는 순간 가정의학에 대한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는 "가정의학의 정수를 잊어버리고 있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가정의학이 다른 과에 밀려서, 스트레스나 비만 같은 것만 하고 있다"면서 "의료인의 중추가 되어야 함에도 병원에서 존재감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의학의 핵심은 임상으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진료하는 의사가 되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진료보다는 예방적인 일을 하고 있으며, 의료계내에서 자기 위치를 못잡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윤 교수는 가정의학을 살리기 위한 후배들의 노력을 당부했다. 그는 '종교'로 신봉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그는 "가정의학을 '종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면서 "가정의학이 나라와 의료계에 꼭 필요한 제도라는 확신을 가지고,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과들은 '질병중심'이라면 가정의학은 '환자중심의 의학'이라는 개념을 살려야 한다"면서 "가정의학 하는 사람이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사, 사회인으로 경쟁력 필요"
"의사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정치, 경제, 문화 등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퇴임을 앞두고 의사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거침없이 "사회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의사는 섬나라 사람 사람이 아니라 사회의 일원이며 의업만 소중한 것이 아니다"면서 "정치, 경제 등 다방면에서 다른 사람과 같이 움직여야 의권도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의사는 전문가의 직업으로 충분하고,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아야 의사도 빛난다"면서 "의사가 사회인으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