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권 회복을 위한 의사들의 의지는 서울 지역도 예외가 아니었다.
연세대 강당을 가득 메운 2,500여명의 의사들은 집회를 통해 '의권쟁취'의 열망을 강하게 발산했다.
당초 연세대 강당의 규모나, 서울지역은 참여가 저조하다던 일부의 우려, 그리고 오후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힘있는 집회가 가능할까'하는 의구심도 가졌지만 그것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다.
각 구 의사회별로 자리를 잡은 의사들은 사회자가 각 구 참가여부를 점검하자 "예"라는 큰 소리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각 구 의사회 회장이 소개되자 서로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가수 소찬휘 씨의 공연과 의사회원의 풍물로 달궈진 분위기는 사회자의 격정적인 목소리와 어우러져 대회 분위기가 고조됐다.
이러한 흐름을 탄 연사들은 더욱 격앙된 목소리로 대중에게 호소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재정 회장은 격려사를 통해 "서울시 의사가 나서야 투쟁이 성공할 수 있다"며 "의권쟁취, 의권쟁취"를 반복하며 투쟁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정진옥 서울시 25개구 각구의사회장 대표 등이 나와 연대사와 구호를 제창하며 정부를 규탄했다.
참석한 회원들은 연사들의 발언 도중에 박수를 치고 "옳소"를 연발하는 등 호응을 보였고, 회원 이탈을 우려해 마련한 '4시 이후에 주차권을 드립니다'라는 안내가 무색하게 집회가 끝날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특히 서울시의사회는 최근 탈북해 한국에 들어왔지만 백혈병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 모녀를 완치시까지 후원해주기로 결의하고 즉석모금까지 벌여 주목을 받았다. 의사 회원들 역시 즉석 모금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국민을 설득하는 투쟁'의 의지를 보여주었다.
한편 서울시의사회는 타 시•도와 차별화된 궐기대회 모습을 보여줬다. 온라인 상에서 잠깐 논란이 됐던 대중가수 초청뿐 아니라 대형 플래카드들, 그리고 투쟁의 분위기를 복돋우는 음악효과까지 세심한 배려를 한 모습이 돋보였다.
이에 걸맞게 의과대교수협의회, 전공의협의회, 공중보건의협의회, 여자 의사회 등 각계 인사들이 참석해 굳건한 연대를 과시했다. 사회자는 이들을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집회를 마치고 우루루 외부로 나가는 계단을 내려오는 의사들의 움직임을 농구하던 학생들이 의아한 듯 멍하니 지켜보았다. 투쟁이 사라져 버린 대학에서 흰머리가 지긋한 이들의 투쟁이 의아스러운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