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사’라고 하면 출시된 제품을 홍보하는 단순 업무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제약의사의 업무는 단순한 학술과 홍보 뿐 아니라 신약개발부터 제품구매를 위한 비니지스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져 있다. 제약의학회(회장 이일섭, GSK 부사장) 도움으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약 10회에 걸쳐 업체별 학술과 마케팅, 제품개발, 약가정책 등에서 자신의 꿈을 일궈나가는 제약의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세계 각국의 의사를 비롯하여 신약 개발자, 벤처사, 비니지스 관계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제품개발을 위한 즐거운 항해를 하고 있습니다.”
한독약품 사업개발부 문승현 팀장(34, 연세의대 01년졸)은 제약의사 초년생으로 그동안 느낀 심정을 이같이 피력하고 젊음의 특권인 도전과 창조로 새로운 세상에 만나고 있는 자신을 소개했다.
문승현 팀장은 연세의대 졸업 후 공보의를 거쳐 미국 뉴욕대학 병원경영학 석사과정과 마운트사이나이병원에서 근무 후 2007년 1월 한독약품에 입사했다.
문 팀장은 “의과대학 시절부터 진료 보다 병원경영과 회계, 파이낸스 등에 관심이 있어 미국행에 오르는 거사를 저질렀죠. 그런데 제약의사로 근무하면서 학생 때보다 더 열심히 의학을 공부하는 것 같아요”라며 제약의사의 역할이 만만치 않음을 내비쳤다.
한독약품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미국과 유럽 등 각국을 방문해 개발 또는 출시된 신약과 제네릭 등을 분석해 한국시장에서 성장성이 있는 제품을 선별해 계약하는 비즈니스 차원의 제품개발 프론티어이다.
"의대시절보다 더 많은 의학지식 필요“
문승현 팀장은 “아직 미진한 국내사의 R&D 실정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임상 과정에 있는 신제품에 대한 시장조사와 공동투자 등 선진국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라면서 “해외 업체들과 수 없이 많은 미팅에서 의사직의 중요성과 자기개발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죠”라며 넓어지고 있는 제약의사 역할의 설명했다.
비즈니스 미팅에서 그가 느낀 점은 △개발중인 제품의 질환군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정확하고 날카로운 질문을 선호한다 △모든 사항을 설득하고 풀어날 수 있는 영어실력을 갖춰야 한다 등이다.
문 팀장은 “한국과 해당국의 약가제도부터 제품 시장, 진료 가이드라인까지 외국 고객에서 신뢰를 줄 수 있어야 제품도입이 가능합니다. 이 모든 것이 구비돼야 한국시장을 몰라 계약액수를 높게 부르는 것을 미연에 제어할 수 있습니다”라며 100만불 이상이 오고가는 계약건의 숨은 내공을 귀뜸했다.
짧은 기간동안 그가 올린 대표적 성과는 외자사의 유명 항암제 'A'의 전임상단계인 미국내 제네릭 업체와 공동투자 계약을 성사시켰으며 비밀병기(?) 제품들도 개발과 발매를 위한 독점계약을 진행중인 상태이다.
그는 “제가 제약계에 발을 들여놓은 결정적인 부분은 허갑범 교수님의 첫 강의죠. ‘의사는 진료가 다가 아니다’라는 말씀은 아직도 귀에 생생합니다”라며 “진료실이 아닌 제약계에 있지만 개발중인 제품의 최신지견과 치료 트랜드를 제일 먼저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의사들이 모르는 강점”이라고 말했다.
#i3#"의사 권위 탈피한 팀워크 중요“
눈높이가 낮아졌다고는 하나 진료실 의사가 지닌 권위를 그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
문승현 팀장은 “제약업체는 의사와 약사, 간호사, 영업직 등 다양한 직종이 직책과 무관하게 수평적으로 근무하는 집합체”라고 전하고 “의사라는 권위를 버리고 자신이 모르는 부분은 누구에게나 꺼리김없이 물어보고 조직원과 화합할 수 있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봉직의, 대학병원, 개원가에 있는 동료의사를 만나면 그들의 행동반경과 관점이 진료실에 국한돼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라며 “경제적인 수입은 적더라도 세상을 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지식 개척의 일선에 서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끼죠”라며 자신이 선택한 제약계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는 또한 “동료의사들은 저보고 한가하지 않냐고 물어보는데 제품개발을 위해 비즈니스 여행은 물론 미국과 유럽 고객들과 전화로 수시로 소식을 전하고 체크해야 돼 밤과 낮이 따로 없죠”라며 숨가쁘게 돌아가는 바쁜 일정을 설명했다.
제약계에 관심있는 동료와 후배의사를 향해 문승현 팀장은 “제약의사의 세계는 다양한 영역으로 펼쳐져 있습니다”라며 “제가 사업개발 업무에서 절감한 사실은 연제발표 수준이 아닌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이해시킬 수 있는 탄탄한 영어실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문 팀장은 내년도 총각 탈출 계획(?)을 언급하면서 “첫 출발지인 개발부에서 실력을 쌓아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혀 의사로서 커다란 인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라며 제약계를 향한 젊은 의사의 끝없는 질주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