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서동만(소아심장외과) 교수팀이 태어난 지 100일 밖에 되지 않고, 체중도 3.6kg에 불과한 아기에게 심장이식수술을 성공, 장기이식 분야의 또 하나의 신기원을 개척했다.
태어날 때부터 대동맥 판막과 승모판 기형 등 복잡한 심장기형을 안고 태어난 유호민.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고, 심장이식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한차례 죽음의 고비를 넘긴 호민이는 이후 인공심폐기를 달고 힘겹게 삶을 이어왔고, 뇌사자 심장기증 소식이 날아왔다.
하지만 호민이는 생후 100일에 불과했고, 체중 역시 3.6kg에 지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식해야 할 심장은 4살 어린이의 것이었다.
서동만 교수팀은 이런 악조건이 불가능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 고뇌를 요구하는 것이었지만 지난달 12일 밤 8시 초고난이도 심장이식 수술에 들어가 성공했다.
특히 이번 수술은 기증자의 심장 크기나 몸무게가 수혜자보다 4배 가까이 큰 까닭에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흉곽 자체를 닫지 못할 수 있고 이미 한달 동안 심폐소생기에 의지해 생명을 이어온 호민이의 체력이 장시간의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지도 의문인 상황이었다.
서동만 교수팀은 기증자의 심장이 호민이의 작은 가슴 안에서도 정상적인 박동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가슴 크기를 더 크게 하는 특수 성형수술을 병행했다.
10시간 동안 계속된 서 교수팀의 국내 최연소 영유아 심장이식 수술은 탁구공 보다 약간 큰 호민이의 심장을 떼어내고 4배 크기의 기증자 심장을 이식하는 대수술이었다.
실제로 지름이 5mm 밖에 안되는 대동맥과 폐동맥을 완벽하게 이어 붙이는 미세수술로서 현대 의술이 도전할 수 있는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가다.
인공심폐기에 의존해 한 달 이상 생명을 이어 갔다는 것만도 의료계에서는 획기적인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호민이의 심장은 이미 그 기능을 다한 상태로 심장의 박동 기능과 폐의 산소-이산화탄소 순환 정화 기능을 인공심폐기가 대신하고 있었던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2005년 당시 3살 된 국내 최연소 심장이식 수술에 성공한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수술 성공으로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생후 100일된 영유아 심장이식 수술 성공의 차원을 넘어 향후 신생아 장기이식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측면에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서동만 교수는 “현재 호민이의 의학적 소견은 지극히 정상적인 회복을 보이고 있다”면서 “앞으로 성장과 발육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내다봤다.
호민이가 치료를 받고 있던 중환자실 관계자들과 친척들까지도 거의 포기 상태였지만 호민이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은 엄마 김계순 씨와 서동만 교수의 신념이 결국 한 아기에게 새생명을 선물하고, 소아 심장이식사의 새 장을 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