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피부미용사 국가기술자격시험을 앞두고 피부미용사 업무범위, 미용기기 사용 허용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피부미용사에게 미용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경우 피부과의사와 다를 게 없고, 불법 유사의료행위를 조장해 국민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란 지적이다.
대한피부과학회(이사장 서울의대 조광현)는 16일 제60차 춘계학술대회에서 ‘피부미용사 제도 관련 특별 심포지엄’을 열어 쟁점과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올해 첫 피부미용사 배출을 앞두고 피부과전문의들이 우려하는 것은 크게 ‘피부미용 세무 업무범위’와 ‘피부미용기기 사용 허용’ 등이다.
우선 보건복지가족부가 마련한 피부미용 세부 업무기준안을 보면 피부미용사는 질환적 피부를 제외한 피부상태를 분석하고, 화장품이나 미용기기를 이용해 제모, 피부 관리(각질제거, 클렌징 등) 등을 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의협 왕상한 법제이사는 “질환적 피부인지 여부는 오직 전문의만 판단할 수 있도록 명문화해야 하며, 피부 상태를 분석한다는 것은 전문가로서의 지식을 전제로 한 개념”이라면서 “유사 의료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정상 피부를 관찰하는 정도만 인정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피부미용사에 대해 미용기기 이용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왕 법제이사는 “미용기기라는 용어는 의료기기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으며, 현재 의료기기로 규정돼 있는 기계, 장치를 미용기기라는 이름으로 전용하게 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 “미용기구로 표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분당서울대병원 허창훈 교수도 소비자시민모임의 조사결과를 예로 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나섰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서울시내 미용실, 피부관리실, 체형관리신 등 103곳을 대상으로 불법의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문신(19%), 박피(37%) 뿐만 아니라 심지어 초음파기(40%)를 사용하고 있었고, 2곳은 보톡스 주사까지 시술하고 있었다는 발표한 바 있다.
허 교수는 “상당수 미용사들이 의료기기로 분류된 초음파기기나 스킨 마스터 등을 사용하고 있는데 정부가 피부미용사의 미용기기 사용을 합법화하려고 한다”면서 “현재도 불법행위가 만연한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피부미용사 실기시험 교재로 의료기기인 피부확대경, 적외선치료기, 고주파전류기 등이 팔리고 있다는 점도 피부과전문의들이 주목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의료계는 보건복지가족부가 피부미용사제도 시행을 앞두고 공중위생관리법에 미용기기 정의를 신설하고, 현행법상 미용업자는 의료기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을 없애는 대신 미용기기를 이용한 피부미용을 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하자 발끈하고 있다.
왕상한 법제이사는 “현 의료기기의 명칭, 규격 사양만 일부 변경해 미용기기화 하려는 조치는 부당하다”면서 “어떤 형식으로든 1, 2등급인 의료기기를 소위 미용기기라는 명칭으로 피부미용사가 이용하게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강조했다.
피부과학회 송해준(고려의대) 윤리법제이사는 “이제 모든 피부과전문의들은 턱 밑까지 도달한 피부미용사제도의 심각성을 생각하고,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국민 피부건강 수호자로서의 사명을 다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조광현 이사장은 “지금도 의료기기를 이용한 불법, 유사의료행위로 인해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인데 법으로 비의료인이 의료기기를 모방한 미용기기 사용을 명문화하면 정부가 오히려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이사장은 "피부미용사가 피부상태를 분석하는 것은 명백한 의료행위를 할 권한을 부여하는 셈"이라면서 "자칫 불법의료행위가 가짜 피부과의사에 의해 합법적으로 이뤄져 국민의 피부건강에 중대한 위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