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철 전 의사협회 정책이사가 자신의 블로그에 민영 의보화와 당연지정제 폐지에 반대하는 의견을 올린 데 대해 의협 집행부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의사협회는 공식적인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먼저 좌훈정 보험이사는 박 전 이사의 발언에 대해 크게 불만을 터트렸다. 좌 이사는 "의사협회의 공식 입장은 당연지정제 폐지이고, 이틀 전 주수호 회장이 당연지정제 존폐를 두고 유시민 전 장관과 토론까지 벌인 상황인데 며칠 전까지 집행부 일원이었던 사람이 반대한다는 주장을 내놔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에 이 문제를 두고 다른 이사들과 통화를 했는데 모두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며 "이런 식으로 동료를 배신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사 중 한 분은 의보민영화와 당연지정제의 문제는 지적하면서도 정작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수가와 경영난에 도산하고 자살까지 하는 동료들의 문제는 왜 언급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분도 있다"고 전했다.
'좌파'로 몰려 사표를 냈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의사협회는 지난 총선 때 중립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켰는데 박 이사는 선거 막판에 김근태 의원의 유세에 참여한 것이 논란이 되어 사퇴했는데 마치 억울하게 쫒겨난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발언인 만큼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왔다.
김주경 대변인은 "모든 의사들의 생각이 같을 수 없다. 게다가 현직 임원이 아닌 사람이 개인자격으로 발언한 것 까지 의사협회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임동권 총무이사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며, 다양성이라고 해석된다. 특히 평소에 박 전 이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얘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오히려 박 전 이사가 현행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을 역설적인 표현으로 비판한 것이며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기류도 있다.
박정하 의무이사는 "현재 건강보험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공룡화된 단일보험자이며, 이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 전 이사의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주장도 그런 극한적인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현한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