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의사'로 더 유명한 박경철 전 의협정책이사는 "안전할 권리, 살 권리 이 두 가지만은 국가가 지켜주는 것이 맞다”며 영리법인 도입과 당연지정제 폐지 주장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전 이사는 16일 개인블로그에 남긴 글을 통해서 이같이 밝히고, 반대 이유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병원, 의료진 심지어 시술과 시술재료 질병의 종류까지 제한하는 미국의 민간의료보험제도를 설명하면서, 국내 제도 역시 민간자본의 도입으로 이같은 결과에 이를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민간자본이 들어오면 병원은 원가 절감과 수익이 나는 진료 위주로 재편되며 의사들은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영진들의 유혹과 더불어 실적이 뒤처지면 그만큼의 불이익을 안을 것이라는 압박을 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과 의사들 중에는 서둘러 유방이나 신장, 췌장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부전공을 바꿀 것이고 흉부외과는 소아 심장기형이나 관상동맥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면서 "산모는 이쁜이 수술에, 대퇴골 골절로 생명이 위독한 환자는 슬관절 치환술에, 갑상선 암에 걸린 환자는 비만을 교정하기 위해 '위'의 크기를 줄이려는 베리아트릭 환자에 밀려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연지정제 폐지와 관련해서는 더 단호한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국민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뉘게 될 것"이라면서 "민간보험이 있는 사람은 유수의 병원에서 명망있는 의사의 진료를 받고, 없는 사람은 시립병원이나, 공공의료원에서 임상경험을 쌓는 중인 젊은 공중보건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극단적'이라는 반박을 예상한 듯 "시장경제 원리가 의료에 적용되면 이것보다 더하면 더하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당연지정제 폐지는 '상상을 초월한' 보험료 인상으로 다가올 것이며 "중산층은 병원을 선택할 권리를 포기하던지, 아니면 당신 아이의 학원을 포기하거나, 당신의 승용차를 내다 팔아야 할 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이 영리법인 도입과 당연지정제 폐지에 찬성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분명히 말하건데 전부는 아니다. 의사는 직업의 존엄성이 있고, 아직은 그것을 버릴만큼 막장에 다다른 직역이 아니다, 아직도 대다수의 의사들은 ‘당신은 민간보험이 없으므로 진료 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끔찍스러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도에 찬성하는 주체는 의료자본"이라면서 "의료보험 민영화, 당연지정에 폐지등으로 인해, 의료자본이 의사들에 대한 대우를 더 잘 해 줄수는 있을지 몰라도 , 그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일 일 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의사가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덧붙여 의사협회 정책이사 사퇴와 관련 자신이 좌파로 규정됐으며 사실상 사퇴를 강요당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일부는 속칭 '좌빨'로 규정하고 사회주의 의료의 트로이 목마라 불렀다"면서 "의사사회처럼 폐쇄사회에서 '좌파'로 규정된다는 것은 홍위병에 의해 '하방'된 시민이나 다를바 없는 신세"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은 골수까지 '시장경제 옹호론자'이지만 국가가 안전할 권리, 살 권리만은 지켜주는 것이 맞다는 것이 신념"이라면서 "병에 들어 죽어가면서 까지 빈부가 갈려서는 안되고, 뇌출혈로 쓰러져 엠블런스가 병원으로 달릴 때 그안에서 ‘당신의 의료보험은 어떤 색깔입니까?’라는 질문을 받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한사람도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이사는 "이것이 좌파라면 필자는 속속들이 빨갱이"라면서 "열악한 의료보험제도하에서도 묵묵히 진료하는 다수의 동료 의사들, 그리고 이 문제를 안타깝게 여기는 대한민국의 모든 시민들은 죄다 새빨간 빨갱이들이다"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