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노인요양시설의 촉탁의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의료계 반발이 일자 공무원의 단순한 말실수라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장기요양보험제도 시행을 불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노인 건강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요양시설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오락가락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가족부 요양보험운영과 관계자는 28일 “아직 노인요양시설 촉탁의 제도를 폐지할지 여부가 결정된 바 없다”면서 “실태조사와 의견수렴 절차를 거친 후 방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0일 메디칼타임즈와의 전화통화에서 촉탁의제도 폐지를 기정사실화한 바 있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시 이 관계자는 “의료취약지역인 노인요양시설은 의무적으로 촉탁의를 두도록 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명의만 빌려주는 병폐가 발생하고 있어 이를 폐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노인요양시설이 촉탁의를 두면 이중적 부담만 돼 타당하지 않다”면서 폐지 방침을 강하게 시사했다. 노인요양시설이 촉탁의에게 월 190만원 가량을 지급하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운영되다보니 건강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메디칼타임즈가 이를 보도하자 의협과 대한노인병원협의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러자 복지부 고위관계자는 지난 25일 노인병원협의회 박인수 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촉탁의 제도는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서 “논란이 된 것은 부하 직원의 말실수 때문이었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렇게 놓고 보면 복지부는 현재 협력의료기관제도를 신설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촉탁의 폐지 여부는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의료계는 노인요양시설 입소노인들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해 고려장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근본처방을 외면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대한노인병원협의회 박인수 회장은 “요양인정 1,2등급 노인들은 신체적 기능이 저하되고, 노인증후군 등을 갖고 있어 상시적인 노인의학 전문의의 관찰이 필요하다”면서 “선진국들도 요양위주의 서비스보다 의료와 요양서비스를 동시에 시행하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노인요양시설 노인들이 상시적인 건강관리를 받기 위해서는 상근의사를 둬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현 촉탁의 제도를 강화해 발병을 사전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의협 역시 “촉탁의의 일상 업무를 처방과 관련한 단순진료 및 가벼운 외상처치 등으로 한정하고, 여건상 요양시설 내 진료가 어려우면 촉탁의 소속 병원이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면서 “입소자에 대한 투약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