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계속할 것인가, 편안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사회가 배려할 것인가?’
말기 암환자들이 임종 직전까지 중환자실과 응급실을 전전하며 항암제치료를 받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사회적 담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암센터 소장), 김범석 연구팀은 최근 전이성 암 진단을 받고 항암제치료를 받은 환자 298명을 사망 시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대다수의 암환자들이 임종 직전까지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적으로 편안한 죽음을 준비해야 할 기간인 임종 직전 1개월 동안에도 대형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말기 암환자가 33.6%에 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29일 “말기암환자들이 어느 시점부터 나빠지기 시작하면 무리한 치료를 하지 말아야 하는데 보호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우리나라 문화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임종 직전인 환자라 하더라도 병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가지 않으면 마치 불효를 한 것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말기암환자들이 편하게 임종을 맞이하고, 생을 정리할 수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인프라가 태부족인 것도 이 같은 현상에 한 몫을 하고 있다.
허 교수는 “CT나 PET, 로봇수술장비 같이 고가장비는 도입하지 말라고 해도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이라면서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굉장히 중요하긴 하지만 확산이 잘 되지 않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미흡한 호스피스 완화의료와 왜곡된 임종문화로 인해 말기암환자들이 임종 직전까지 불필요한 항암제치료를 받다 고통 속에서 삶을 마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 교수는 “임종 직전인 암환자에게는 1분 1초가 아까운 시간”이라면서 “가정에서 통증을 조절하면서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불필요한 치료비 낭비를 막고 환자를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허 교수는 “환자 보호자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호소한다”면서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신약을 쓰는 게 최선인지, 아니면 생을 정리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주는 게 최선인지 사회적 담론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특히 허 교수는 “보호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의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의료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도 방어적 차원에서 기계적으로 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허 교수는 “말기암환자에게는 전인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이는 의사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간호사, 약사, 사회사업가, 성직자 등이 환자를 중심으로 다학제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