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말기 암환자 절반은 임종 두달 전까지 항암제 치료를 받으면서 불필요한 치료비만 낭비한 채 고통 속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호스피스 완화의료제도 정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암센터 소장·
사진), 김범석 연구팀은 25일 서울대병원에서 전이성 암으로 진단 받고 항암제치료를 받았던 환자 298명을 사망 시까지 추적 관찰해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대다수의 암환자들이 임종 직전까지 항암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삶의 질을 고려한 포괄적인 완화의료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편안한 죽음을 준비해야 할 기간인 임종 직전 1개월 동안에도 대형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말기 암환자가 33.6%에 달했다. 이는 미국의 9.2% 등 서구 선진국에 비해 대단히 높다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허 교수는 “이는 말기 암환자의 고통을 덜어줄 호스피스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못해 환자와 가족들이 종합병원의 응급실로 오게 된 결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무의미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겠다고 동의한 환자는 11.7%에 불과했고, 임종 한달 전까지 중환자실에서 연명치료를 받았던 환자도 2.7%를 차지했다.
특히 50.3%가 임종 두 달 전까지 적극적인 항암 치료를 받았고, 임종 6개월 전까지 적극적인 항암제치료를 받는 환자 비율도 94.6%로, 미국의 33.0%와 비교할 때 현저히 높았다.
연구팀은 말기 암환자들의 임종 직전 포괄적인 의료 서비스가 적절히 수행되고 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추적조사를 시행했다.
이와 함께 호스피스 상담이 의뢰된 환자의 비율은 9.1%에 불과했으며, 이 역시 평균적으로 볼 때 임종 53일 전이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남은 생을 잘 정리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지 의문시 되는 대목이다.
허 교수는 “임종이 임박한 말기 암환자들은 다른 환자들 보다 전인적인 의료 서비스가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제도적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정착되지 않은 점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허대석 교수는 “상당수의 환자들이 임종 직전까지 고통 속에서 의료기관 사이를 방황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환자의 편안함과 삶의 질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 학술지인 일본임상암학회지(Japanese Journal of Clinical Oncology) 2008년 4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