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이 오는 7월 진료분부터 요양병원에 대해 입원 적정성평가를 하기로 하자 요양병원들이 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요양병원의 인력, 시설에 대한 법률적 근거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정성평가를 강행하는 것은 부당하며, 우수기관에 대한 유인책도 없이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노인병원협회 박인수 회장은 12일 “의료기관평가의 경우 의료법에 관련 근거를 먼저 마련한 후 시행하고 있지만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의 평가항목 상당수는 법적으로 인력, 시설 규정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평원의 입원급여 적정성평가는 △임상 질 △현황(구조) 부문에서 30여개 항목을 평가한다.
이중 현황 부문은 △시설영역 13개 △인력부문 10개 △장비부문 4개 등 총 27개 평가지표가 마련됐다.
그러나 단적으로 병상당 평균 면적이나 병실 화장실, 병상당 환자 서비스공간 면적, 물리치료사 1인당 병실수, 산소공급장비 보유 등은 의료법상 규정 자체가 없다.
여기에다 심평원은 물리치료실 유무, 방사선촬영실 유무, 임상검사실 유무 등도 평가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이들 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항목의 60% 이상이 이처럼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노인병원협회의 분석이다.
박인수 회장은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에 시설, 인력기준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했지만 정부가 일당정액제 수가 정착시키기 위해 아무런 근거도 없이 평가를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요양병원 적정성평가 항목이 법률적 근거가 없다고 해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점이다.
적정성평가 결과가 공개되면 병원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력과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의료기관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병원들이 수십억원을 쏟아부었던 것과 유사한 현상이 요양병원에서 그대로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요양병원계의 불만은 이것만이 아니다.
박인수 회장은 “인력을 충원하고, 시설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투자가 불가피하지만 인센티브는 전무한 실정”이라면서 “정부와 심평원이 유인책도 없이 손 안대고 코풀기를 하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요양병원에 대한 이렇다 할 진입장벽을 만들지 않아 요양시설과 다를 바 없는 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본대책 없이 요양병원에만 일방적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대한노인병원협회는 오는 24일 전경련회관에서 춘계학술세미나를 열어 요양병원 적정성평가의 문제점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