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방치한채 사라지는 보호자들에 대해 병원들이 속수무책 당하고 있는 가운데, 한 병원이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 주목된다.
서울의 중소병원인 H병원. 지난해 9월 이 병원에는 정신병원에서 입원 중인 딸 장모씨를 입원시키려는 김모씨가 방문했다.
김 씨는 당시 내과적 상태가 호전되면 다시 치료받던 정신병원으로 전원키로 하고 딸을 입원시켰으나, 내과 치료가 끝난 상황에서 진료비 지불을 거절한 후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어버렸다.
이후로는 묵묵부답. 그러기를 올해 5월까지 9개월이 흘렀고 병원측은 신경정신과가 없음에도 환자를 중환자실에서(일반 병실에 둘 수 없어) 돌봤다.
병원측은 그 와중에 김씨의 자택을 직접 찾아가 환자를 전원할 것과 밀린 진료비 300여만원을 지급할 것을 요청했으나, 김씨는 오히려 찾아간 병원직원을 112에 신고하기까지 했다.
결국 참다못한 병원은 김씨의 아파트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했다.
보호자가 환자를 병원에 방치할 경우, 해결할 법적 장치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가압류를 통해 진료비를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또한 정식 소송도 준비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진료비를 받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환자를 잘못 다루거나 내보내면 오히려 병원이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되는 상황"이라면서 "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있었으나 원만하게 해결됐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아 소송까지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원이 이번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이고, 병원이 소송에서 승소한다면, 다른 병원들도 고질적인 환자 유기사태를 대처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