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제 약가인하 근거인 심평원 자료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제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화이자제약 고수경 부장(사진, 보건경제학 박사)은 15일 제약협회와 KRPIA 공동주최로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고지혈증치료제 시범평가 제약사 워크숍’에서 “고지혈증제의 경제성 평가를 위한 심평원의 연구는 잘못된 시작과 결론으로 귀결돼 모든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고수경 부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심평원이 제시한 모든 스타틴 약제가 동일하고 비용효과적이지 않으므로 약가를 30~40% 인하해도 무방하다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라면서 “연구근거로 제시한 베타분석에서 주요 임상논문을 제외시킨 것은 통계연구의 기본개념조차 없는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심평원은 고지혈증제 경제성 평가에서 심바스타틴을 제외한 로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플루바스타틴,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피타바스타틴 등 6개 스타틴 계열 약제를 35%선에서 인하하기로 잠정 결정한 바 있다.
고 부장은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스타틴계 약가인하의 부당성을 설파했다.
메타분석의 문제와 관련, 그는 “평가항목과 임상논문 제외기준, 평가지표 및 결과 해석 등 전 분야에서 오류가 나타났다”면서 “학계와 자문위원에게 의사결정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인위적인 잣대로 평가한 심평원의 행태를 꼬집었다.
고수경 부장은 특히 “심평원이 제시한 경제성 평가도 첫 단추부터 잘못돼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라며 “고지혈증제 평가를 한다는 심평원이 실질적으로 고지혈증의 평가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고 부장은 “고지혈증 치료를 요하지 않은 환자군을 위약군으로 정한 임상논문을 바탕으로 한 비교연구는 비용효과가 없다는 당연한 결과를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연구모델로 인해 기등재약 의약품 시범사업이 엉뚱한 곳에 착륙하는 우주선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며 시범사업 평가기준의 부당성을 질타했다.
"의약품 정비는 약가인하 목적"
그는 이어 "심혈관계 사망환자의 소요비용이 고지혈증제 치료비용보다 현저히 낮다는 평가결과는 약물치료보다 질환군으로 사망하는 것이 비용효과적이라는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심평원 자료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고수경 부장은 “심평원은 30~40% 약가를 삭감해도 제약계가 먹고 살만하다고 인식하고 있으나 고지혈증제는 시작에 불과해 업계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평가한다면 내년도 고혈압 평가는 한 달 만에 결론을 도출해 모든 제품의 약가를 인하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 부장은 따라서 “약가 삭감을 위해 의약품 정비라는 명목으로 모든 연구결과를 꿰어 맞추고 있는 상황을 직시해 국내외 제약사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하고 “제약계가 조용하면 심평원은 동의로 생각하고 약가인하를 당연히 여길 것”이라며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책을 주문했다.
한편, 워크숍 중 진행된 참석자의 의견 개진에는 외자사 소속 의약사 등 소수만 제시해 국내사 전문가 인력풀의 한계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