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③|인정의자격증, 옥상옥인가 필수인가
인정의 혹은 인증의를 배출하는 학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학회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는 각 학회마다 인정의 배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의학회와 학회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옥상옥이다’ ‘시대흐름에 따른 변화다’ 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인정의자격증에 대해 짚어봤다.
<상> 인정의자격증에 몰두하는 개원의들
<중> 과대포장 되고 있는 인정의자격증
<하> 인정의배출에 무관심한 대한의학회
인정의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음에도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는 상위 기관이 없어 향후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인정의를 배출하는 각 학회마다 인정의자격증을 진료에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가족부는 물론 인정의 배출을 반대하고 있는 대한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가 관리에 나서지 않고 있어 인정의는 질 관리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이다.
특히 인정의 자격증을 획득한 상당수의 개원의들이 환자대기실 혹은 진료실에 자격증을 걸어둠으로써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주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관리, 감독이 요구되고 있다.
의학회·의사협회, "인정의 반대…관리에 무관심"
의학회 측은 인정의에 대해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으므로 관리, 감독을 하는 것 또한 당연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의학회 김건상 회장은 "학회들이 실시하고 있는 인정의 자격증은 허술한 커리큘럼을 마치면 지급되는 것으로 문제가 많은데 이를 의학회에서 인정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미 세부전문의제도를 두고 의학회에서 관리를 하고 있는데 각 학회들이 별도로 인정의를 배출하는 것에 대해 이해하기도 힘들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굳이 제도권으로 들어오고 싶다면 체계적인 커리큘럼과 수련과정을 둬야할 것"이라며 "그 전에는 현재 의학회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움직임이 없기는 의사협회도 마찬가지다.
의사협회 김주경 대변인은 "인정의 자격증을 광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는 개원의들의 요구를 허용하지 않는 등의 차원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인정의'가 아닌 '전문의'라고 표기된 자격증이 진료실에 걸리는 등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 별다른 제지방침은 없는 상태다.
김 대변인은 "구체적인 제지방안에 대해서는 고민은 하고 있지만 인력적 문제 등으로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제가 좀더 커지면 의협 자체적으로 전체 회원에게 협조요청 공문 발송도 염두해 주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 측 관계자는 "학회에서 자격증을 발급하고 이를 개원의가 진료실에 걸어둔 것은 위법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이나 자격증에 '전문의'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상 복지부는 의료인에 대한 의료법 위반사항에 대해 관리하는 것이지 학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교육과정에 대해 규제하거나 관리에 나서는 것은 어렵다"고 했다.
결국 의정의에 대해 의학회, 의협, 복지부 등 3개 기관 모두 이 문제에 수수방관함에 따라 질 관리는 더욱 사각지대로 내몰릴 위기다.
인정의 배출 학회들 "의학회, 관리·감독 원해"
A학회는 얼마 전 인정의 배출 시험을 치르기에 앞서 대한의학회에 관리, 감독을 부탁했다가 "대한의학회로부터 인정의배출에 대해 인정할 수 없으므로 관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모학회인 의학회가 반대하는 인정의 자격증에 대해 무조건 밀어붙이기보다는 모학회의 관리 하에 시험을 치르는 게 낫겠다는 판단에서 관리, 감독을 부탁했지만 거절당한 것이다.
A학회 이사장은 "의학회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인정의에 대해 과감하게 포용하고 수용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회원들에게 공부하는 계기를 만들고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학회들에 대해 모학회로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하기는커녕 무조건 막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임상종양학회 정상설 이사장은 "의학회가 의료서비스의 질관리에 대해 우려하는 것이라면 이는 각 병원에 수련과정을 만들면 된다"고 제안했다.
세부전문의자격증이 처음 생겼을 때도 대형병원들은 수련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는 것에 대해 어색하게 생각했지만 이제 정착이 된 것처럼 인정의 또한 수련전문과정을 통해 인정의도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과정을 통해 현재 인정의제도가 지닌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의학회는 무조건 반대하고 내버려 두기보다는 이미 시작된 의료시장의 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각 학회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타협해야 할 때"라고 했다.
대한노인병학회 유형준 이사장은 "의학회는 교육과정 혹은 시험기준에 대해 문제제기 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노인인구의 증가로 여러 진료과목에서 노인환자에 대한 진료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학회가 나서서 회원들을 교육시키는 게 왜 문제가 되는 지 모르겠다"며 "대한의학회가 모학회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인정의 배출에 대한 관리에 나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