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의 혹은 인증의를 배출하는 학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학회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는 각 학회마다 인정의 배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의학회와 학회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옥상옥이다’ ‘시대흐름에 따른 변화다’ 라는 주장이 일고 있는 인정의에 대해 짚어봤다.
<상>인정의자격증에 몰두하는 의사들
<중>과대포장 되고 있는 인정의자격증
<하>인정의 배출 논란 방치하는 의학계
'소화기내시경 인정의' '위장내시경 인정의' '노인병 인정의' '노인의학전문 인정의'
이는 A내과 김모 원장이 보유하고 있는 인정의 자격증이다. 내시경과 노인환자 진료를 많이 보는 김 원장은 내시경 관련 인정의자격증 2개와 노인질환 관련 인정의 자격증 2개를 땄다.
학회만 다를 뿐 비슷한 자격증임에도 굳이 모든 자격증에 욕심을 낸 것은 '혹시나 진료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심정 때문이다.
4개의 인정의 자격증을 획득하기까지 그는 매주 주말마다 학회에서 열리는 연수강좌를 쫓아다녔다. 집안에 특별한 일이 아니면 모든 시간을 다양한 학술강좌를 듣는데 쏟아 부었다.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해야한다는 아내와 아이들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김없이 학회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정의 자격증을 4개 보유한 김 원장은 아직도 또 다른 인정의 자격증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원장은 "솔직히 자격증이 있다고 방문 환자 수에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환자를 진료하는데 있어 자신감이 생겨서 결과적으로 환자들도 더 찾아오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게다가 인증의 과정에서 공부를 하다보면 자기개발의 계기로 삼기에도 좋다"고 했다.
개원의들 “인정의자격증 일단 따고 보자”
김 원장처럼 개원의 상당수가 인정의 자격증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따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감수하고 있다.
또한 상당수의 학회들도 별도의 인정의 혹은 인증의를 배출하고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인정의 배출에 앞장섰던 대한노인병학회와 대한임상노인의학회는 각각 약 3000여명 이상, 약 1000여명 이상의 인정의를 배출한 상태이며 지난해 첫 인정의제도를 도입한 대한임상종양학회는 이미 300여명의 인정의를 배출했다.
또한 최근에는 유방암학회가 유방암 인정의 배출 계획을 밝힌 데 이어 폐경학회는 폐경 인정의를 배출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인정의자격증, 과연 진료에 도움되나
그렇다면 왜 학회와 개원의들은 인정의자격증에 몰두하는 것일까.
이 같은 질문에 상당수 인정의 자격증을 획득한 개원의들은 "가만히 있으면 불안하니까 일단 땄다"며 "앞으로 개원 시장의 경쟁이 더욱 심해지면 자격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개원시장에서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이제 진료실에 앉아서 환자가 오기만을 기다려서는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얼마 전 소화기내시경 인정의자격증을 취득한 B내과 박모 원장은 "환자 중에는 의사에게 어떤 전문의 자격증이 있는지 혹은 전공이 무엇인지 등을 물어보기도 한다"며 "실제로 간판에 류마티스내과의원, 통증의학과의원이라고 하면 환자들이 더 몰리는 듯하다"고 털어놨다.
또한 대한임상종양학회 정상설 이사장은 "지금은 의사만이 의학적 지식을 갖고 있던 과거와는 달리 국민들도 인터넷을 통해 의학정보를 접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며 "대형병원에서 혈액종양내과를 혈액내과와 종양내과로 구분해 표기하고 있는 것만 봐도 현실에서의 의료시장은 이미 환자의 욕구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대가 변하고 있는데 무조건 막는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며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소비자가 원하는데 장사꾼이 안 따라가고 베길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