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가족부가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정착시키기 위해 말기암환자 전문의료기관을 지정, 운영할 예정이지만 병원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수가가 턱없이 낮을 뿐만 아니라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홍보가 부족하고, 의료진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해소하자는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S대학병원 교수는 8일 “정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말기암환자전문의료기관 지정기준안은 이상적 모델이긴 하지만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수가를 반영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안에 따르면 호스피스 완화의료를 제공할 말기암환자 전문의료기관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다른 병동이나 건물과 구별되도록 설치해야 하며 의사(입원환자 20인당 1인), 간호사(입원환자 3인당 2인), 상근 사회복지사 등을 갖춰야 한다. 병실도 4인 이하가 기준이다.
또 말기암환자 전문병원은 행위별 수가가 아니라 일당정액수가가 적용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일당정액수가안은 △종합전문병원 18만 7082원 △종합병원 15만 2174원 △병원 8만 8996원 △요양병원 8만 5319원 △의원 7만9181원이 유력하며, 이는 사회복지사 인건비가 반영된 것이다.
사회복지사 수가를 제외한 요양기관 종별 수가안은 △종합전문병원 18만 3907원 △종합병원 14만 9121원 △병원 8만 6065원 △요양병원 8만 2388원 △의원 7만 6372원이다.
이 교수는 “원래 6인실이 기준이었는데 4인실로 강화하면 수지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행위별수가를 일당정액수가로 바꾸면 의사들의 의료행위가 필요하지만 제한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그는 “우리나라 말기암환자들은 대형병원에 몰려있으면서 1,2차 병원으로 잘 안가려고 하고, 그래서 불필요한 연명치료가 발생하는 것”이라면서 “지방의 중소병원 암전문병원으로 가면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이런 게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C대학병원도 정부가 수가를 너무 낮게 책정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정부의 암전문병원 수가안은 원가의 70% 수준”이라면서 “수가 때문에 호스피스병원을 운영해 온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적자를 보존해 줘야 환자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벌써부터 병동 폐쇄를 고민하는 병원도 있다”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 역시 “호스피스병원에 따라 시설과 인력, 서비스가 천차만별인데도 불구하고 서비스의 질을 따지지 않고 2차, 3차 기관이라고 해서 수가를 더 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대학병원은 인력이 넉넉하지만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간호사 구하기가 쉽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의료기관들은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한 정부 차원의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B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말기암환자 전문병원에 가더라도 적절한 통증치료와 품위있는 임종을 맞을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수반돼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국가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말기암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환자와 보호자들을 제대로 교육해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긍정적 인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대학병원 관계자는 “호스피스병원에 입원하는 말기암환자 중에는 다른 병원에서 무조건 나가라고 해서 왔다거나,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들은 적도 없다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심지어 호스피스병동으로 가고 싶은데 병원에서 조금 더 치료해 보자며 임종하기 직전까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했다는 환자 보호자도 있다”면서 “암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B병원 관계자도 “3차기관에서 무조건 나가라고 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는 말기암환자들이 굉장히 많다”면서 “1,2차 호스피스병원으로 가더라도 통증과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을 환자 보호자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진들부터 호스피스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김시영(경희의료원) 이사장은 “종양내과 전문의들은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말기암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정부는 말기암환자 전문병원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표준화와 감독을 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