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부작용에 대한 의학계의 공식적 입장이 표명되지 않은 가운데 미용시술의 안전성을 위해서는 철저한 치료원칙이 전제돼야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영남대병원 신경과 박미영 교수(사진)는 15일 메디칼타임즈에 전달한 ‘보톡스 치료법’ 주제문을 통해 “미용이든 치료목적이든 장기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적정 용량과 치료기간 등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 FDA는 지난 1월 시민단체 Public Citizen이 제기한 안면경련, 안검경련 등 신경과 질환자에서 발생한 ‘보툴리눔’ 시술 후 9년간 16건의 사망사례를 공표하고 약물과의 정확한 인과관계를 검토 중에 있다.
식약청도 곧바로 보톡스 시술의 주의사항을 의·약사 및 언론에 전달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 증가로 인해 주름살 등 미용시술의 대명사로 일컬어진 ‘보톡스’ 시술이 급격히 냉각된 상태이다.
보톡스 권위자인 박미영 교수는 “미국 FDA 리포트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사망환자는 질병 치료를 위해 미용시보다 최고 80배 이상의 고용량을 시술받았다”면서 “좀더 자세한 검토와 분석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직접적인 사망원인을 보툴리눔 때문이라고 확정지을 수 없다”며 보톡스와 사망과의 무관함에 무게를 뒀다.
보톡스는 통조림 부패로 생기는 ‘클로스트리듐 보툴니눔’의 혐기성균이 내는 신경성 독성물질로 보툴니눔 A형 독소를 분리해 근육수축 억제의 원리를 이용해 여러 적응증에 사용 중인 약제로 국내에는 1996년 출시된 후 주름제거, 사각턱 등에 사용되면서 치료제보다 미용제로 알려져 있다.
박 교수는 “보톡스 주사법은 임상적으로 다양하게 이용될 수 있는 획기적인 약물”이라고 전제하고 “다만 미용이든, 치료든 간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해부학적 지식과 경험을 지닌 전문의에게 시술받아야 한다”며 일부의 무절제한 시술을 경고했다.
그는 이어 “보톡스 시술을 자주 혹은 장기적으로 사용하였을 경우, 항체가 생겨 약에 효과가 더 이상 없을 수도 있다”며 “단순히 미용적으로 시술하던 사람은 중단하면 되겠지만 사경이나 안검경련증 등 불편한 질환을 지닌 사람에게는 매우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박미영 교수는 따라서 “항체형성을 예방하고 부작용 없이 치료효과를 얻으려면 근육이나 신경질환, 근신경접합부, 임신부·수유부에 금하고 소아에 주의가 요구된다”면서 “반드시 적절한 양을 정확한 부위에 시술해야 하고 3개월 이내 재주사하지 않는 등 치료원칙을 준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환자의 병력과 제품별 차이 그리고 보관시 온도와 무균 유지 등을 염두해 둬야 한다”고 말하고 “보톡스가 안전하다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치료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일반의와 신규 개원의들의 세심한 주의를 당부했다.
"사용과 보관시 의사 책임 요구“
이에 성형외과학회 보툴리눔연구회 안기영 회장(대구 안기영성형외과 원장)은 “미국 FDA 공표 후 미국성형외과학회 홈페이지에도 용량을 준수한 보톡스 시술은 안전하다는 입장”이라면서 “문제는 미용시술의 붐으로 인해 성형외과 뿐 아니라 내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 진료과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현 시술세태를 지적했다.
안 회장은 특히 “해부학적 지식과 전문교육이 부재한 진료과에서 시술받은 환자들의 불명확한 병력이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전하고 “한국 미용시장이 보톡스 시장을 움직인다는 면에서 학회 차원에서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기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성형외과 내부의 이중적 고민을 내비쳤다.
서울의대 성형외과 김명국 교수(보라매병원 과장)는 “보톡스가 다른 약과 마찬가지로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보톡스 사용과 보관에 대한 의사들의 책임이 요구된다”면서 “일상적인 로션보다 조금은 위험하지만 전문의에게 시술받는다면 가장 짧은 시간에 좋은 효과를 얻는 주사제임은 틀림이 없다”고 조언했다.
결국, 보톡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투약용량과 치료기간 등 치료원칙에 입각한 올바른 시술과 더불어 관련 학회의 적극적인 대국민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500~600억원에 달하는 국내 보툴리눔 비급여 시장은 엘러간 ‘보톡스’(대웅제약 판매)가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가운데 입센 ‘디스포트’, 태평양제약 ‘메디톡신’, 한올제약 ‘비티 X-A' 등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