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유수 의료기관으로 연수를 오는 외국 의사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들은 왜 한국을 선택하고, 연수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세계 최고의 의료를 향해 나아가는 대한민국. 이들 외국 의사의 입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의 현주소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당면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외국의사가 본 한국의료
(중) O,X로 본 한국과 의사 (하) 파란눈 의사의 충언
"한국의 펠로우제는 아주 나쁜 제도다", "환자에 치여 사는데 언제 외국인 환자를 보나"
세브란스병원 인요한 교수(가정의학과, 국제진료센터 소장)는 <메디칼타임즈>가 마련한 외국 의사들과의 좌담회에서 한국의 대학병원과 의료제도 및 문화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 의사들의 눈에 비춰진 한국 의료의 우수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외국인으로서 한국의료에 몸담으면서 느꼈던 한계와 문제점 등을 냉정하게 짚어냈다.
그는 먼저 한국의 대학병원, 대형병원들이 심각한 병에 걸려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많은 환자를 보기 때문에 친절할 시간이 없다"면서도 "병원들이 환자의 세부사항을 제대로 챙기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수를 용납치 않는 의학에서 세부사항을 놓치는 것은 그만큼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료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환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 그는 "의료진들이 it.s not my mother'(내 엄마가 아니야) 증후군에 빠져 있다"면서 "환자를 부모같이 생각하고, 신뢰감을 주는 태도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직적인 의사 교육과정으로 인해 전공의들이 적극적인 지식의 획득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 교수는 특히 한국의 펠로우 제도를 '아주 나쁜 제도'라며 직설적으로 쏘아붙였다. 스텝이 되기 위한 바늘구멍을 보여주면서 펠로우를 혹사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또 "펠로우가 치프 레지던트 역할을 하다보니 레지던트가 수술도 제대로 못해본다"면서 "주니어 스텝 역할을 해야 할 치프 위에 한 단계가 더 생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인 교수는 한국의 의료문화와 제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첫째는 '약'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감기 등 경질환에 지출되는 건강보험료의 비중이 높아 중증환자의 비용 부담이 높아지는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 그는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본인부담상한제의 확대 적용도 주문했다.
또한 해외환자 유치라는 한국 의료산업 전략 역시 한국 의료제도의 변화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인 교수는 "환자에 치어서 사는데, 외국 환자를 어떻게 볼 수 있냐"면서 "제도 개선 없이 외국인들의 요구사항을 우리나라 시스템에 적용하려 하면 기어가 맞물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외 환자 유치전략을 위해서는 건강보험을 보충하는 민간보험의 활성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 교수는 "부자들은 이미 개인 네트워크 시스템을 만들어 놨다'면서 "민간보험은 이를 시스템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민간보험 활성화를 두려워 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강보험을 보강하면서,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안전망이 갖춰지는 것과 동시에 민간보험으로 인해 의료 질과 서비스를 높여야 한다"면서 "그러면 자연스레 싱가폴, 태국처럼 자연히 해외환자가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 교수는 한국에 감사한 일이 많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는 한국과 북한의 결핵퇴치 사업, 앰블란스 개선 등을 통해 한국에 많은 일을 했다.
그는 그래서 한국 의료가 발전했으면 한다. 그는 "한국 사람은 손재주도 머리도 좋다. 나도 손재주에 밀려서 외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한국 의료 제도가 바뀌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