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약물에 의한 급작스런 쇼크로 사망했다 하더라도 의사의 부주의나 비합리적인 치료행위가 있다는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면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방법원은 최근 골절로 응급실에 내원해 무통주사를 맞은 뒤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가족이 의사의 책임을 물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병원의 손을 들어줬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는데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지만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을 실시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환자 A씨는 오토바이에서 넘어지면서 압박골절 등으로 병원 응급실에 입원, 무통주사와 진통소혐제인 소페낙 주사를 맞았다.
그후 이날 저녁 혈압이 낮아진다는 간호사의 보고가 있자 의사는 심전도 검사를 시행한 뒤 환자가 고혈압으로 혈압약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무통주사의 투여를 중지시켰다.
그러나 환자는 몇일 후 급격한 통증을 호소했고 다음날 간호사가 회복실에 방문했을때는 이미 사망한 뒤였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사인을 심근경색으로 결론내렸다.
이에 유가족들은 의사가 혈압약을 복용한 환자에게 무통주사 및 진통제를 투여해 환자가 쇼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쇼크가 일어나고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는데도 의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에 대한 환자의 요구를 모두 기각했다. 의사의 과실이 있었다는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3일 판결문을 통해 "의사는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함에 있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 의료계에서 시행되고 있는 진단과 치료수준을 충실히 이행한 뒤의 상황조차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고 판결했다.
진료상의 과실여부는 의사가 당시의 의학적 지식에 입각해 최선의 주의를 기울였느냐의 여부로 판단되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환자에게 쇼크의 임상적 증상인 체온저하, 의식혼탁 등의 증세가 없었다는 점에서 환자가 쇼크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또한 환자의 저혈압 상태가 소페낙 등의 약물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수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일반적으로 소페낙의 경우 혈압을 상승시키는 약물로 알려져 있다는 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이를 투여한 행위가 의학적 지식에서 벗어난 진료방법이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혈압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처방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의 책임을 물은 유가족들의 요구는 과도하다고 결론내렸다.
재판부는 "의사에게 완전무결한 임상진단의 실시를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며 "진료상 부주의나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만큼 환자의 요구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