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인요양시설에서의 처방전 발급을 허용한 것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보인다. 요양시설이 사실상 의료기관의 역할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4일 촉탁의나 협약의료기관 의사는 노인요양시설 내에서 진료와 동시에 처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거동이 불편한 입소노인들이 병원을 직접 방문해 처방전을 받아야 하는 불편을 해소한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비용은 건강보험(의료급여)로 청구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시설은 입소 노인에 대해 개인별로 건강기록부, 진료기록부를 작성하도록 의무화하고, 노인요양시설에 응급이송시스템을 갖추게 했다.
"과잉진료, 유착관계 우려된다던더니…"
기존에도 촉탁의사의 처방전 발급을 허용해달라는 요구는 있었지만, 복지부는 이를 거절해왔다
우선 의료인은 의료기관내에서만 진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의료법 조항에 따른 결정이다.
또 요양시설에서의 진료활동이나 처방전 발급을 허용하면 시설과 특정의료기관과의 유착관계, 의료급여 대상자의 과잉진료, 불필요한 장기입원 등의 우려도 제기했다.
때문에 촉탁의사는 그간 요양시설에서 일부 진료행위를 하면서도 건강보험 청구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표에 과거의 우려에 대한 해소책은 전혀 담기지 않아, 갑작스런 입장 변경 이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요양시설에서의 진료행위 허용은 의료법의 예외조항을 인용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양시설의 처방전 발급을 허용하면)구체적으로 어떤 진료양태가 나올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섣불리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요양시설, 사실상 의료기관 역할?
또한 요양시설이 사실상 의료기관의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요양시설에서 촉탁의는 진료행위, 처방전 발급, 그리고 주사제 투약까지 가능하다. 또한 요양시설은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고 보관하는 의무까지 지게 됐기에 사실상 의원급 의료기관과 형태가 크게 다를바가 없는 것이다.
때문에 질환 발생시 병원으로의 이송보다는, 자체적으로 시설이 의료기관화 할 가능성이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시설내에서 일정 처치가 가능하게 된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 병원을 찾기 않게 될 것"이라면서 "요양시설과 병원을 잇는 전달체계는 요원해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요양시설에서 처방이 많이 나올 경우, 약국의 입지나 행태의 변화도 예상되는 부분이다. 특히 주사제 처방이 나올 경우 요양시설에서 자체 구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약국이 다시 주사제를 구비하는 상황도 예측 가능하다.
의료계에서는 의사라면 의료기관 개설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