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양절제술 외에 특별한 치료법이 없어 난치성 질환으로 여겨져 왔던 신장암을 백신으로 치료하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조석구 교수는 최근 부산의대 문유석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신장암 종양세포를 억제할 수 있는 종양백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조 교수는 현재 이 백신에 대한 특허등록을 마치고 전이성 신장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계획중이다.
조 교수팀이 개발한 종양백신은 B형 간염 바이러스 유전자 가운데 감염력은 없고 항원성이 강한 'B형 간염 표면 항원(이하 HBS 항원)' 유전자만을 복제, 환자의 신장암 세포에 도입시켜 방사선 조사 후 만드는 방식이다.
따라서 예방접종 등으로 기존에 B형 간염 면역력이 있는 신장암 환자는 백신을 맞게 되면 HBS 항원이 발현된 신장암 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해 종양 발생을 억제하게 된다.
조 교수팀은 B형 간염 예방접종으로 면역력이 생성된 쥐에게 HBS 항원이 발현된 신장암 세포를 투여한 결과, 실험군에서는 종양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그 외 모든 대조군에서는 종양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신장암은 면역성이 강해 면역치료를 시행하기 좋은 질환이지만 과거에는 종양에 대한 특이적 항원이 밝혀지지 않아 치료 수준의 강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하지만 조석구 교수팀은 암 환자라고 해도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확립되면 평생 지속된다는 점을 착안한 것.
여기에 대다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체계를 이용하게 된다면 체내의 종양세포를 인식할 수 있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백신개발이라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조석구 교수는 "한국은 B형 간염 바이러스 유병율이 높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민의 90%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종양백신이 적용되기 용이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신장암 종양백신과 같은 면역 세포 치료법은 수술 등 기존의 치료법과 달리 부작용이 적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이 백신은 미래 종양 치료의 새로운 방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